나진­선봉 외자유치 고육책/북한,외국인투자법 제정배경과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국기업 백% 출자·부지 50년간 임대/경제특구 제한 개방 체제위협 극소화
북한이 지난 5일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으로 「조선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한 것은 한마디로 선진기술과 자본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경제난을 타개해 보자는 뜻을 담고있다.
북한은 지난 84년 9월 합영법을 만들어 외자유치를 꾀했으나 실적이 미미해 지금까지 합작실적은 1백40여건에 총투자규모 1억5천만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북한의 합영법은 외자유치를 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외국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합영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은 현재의 합영법 아래서는 북한에 애써 들어갈만한 이점이 없다고 판단,북한이 적어도 중국이 취하고 있는 수준의 외국인투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이 서둘러 합영법보다 진일보한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한 것도 이같은 외국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제정된 외국인 투자법은 요컨대 합영법의 특별법 성격을 갖는 것으로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진∼선봉 경제특구(자유경제 무역지대)에 진출하는 기업에 적용될 법제라 할 수 있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외국인 투자법이 만들어 짐으로써 대북투자환경이 좋아진 것은 틀림없으나 구체적으로 대북투자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합영 및 합작기업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소지를 많이 없앤 점이 눈길을 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 경제연구센터 전홍택박사는 『북한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저조한 데에는 낮은 신용도,사회간접자본의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북한의 합영제도가 국제기준에 비추어 미달하고 있는 데에도 원인이 있었다』고 전제,『외국인 투자법이 비록 자유경제 무역지대에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합영법의 문제점을 많이 개선,보완했다』고 말했다.
제정된 외국인 투자법을 들여다 보면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합영제도를 많이 모방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합영법에는 외국인의 전액출자가 불가능 하도록 돼있는데 이를 개선,자유경제무역지대 안에서는 외국인의 1백% 출자가 가능토록 했다.
현재 중국과 베트남도 전액 외국인 출자기업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외국투자 기업에 대한 조세상의 우대조치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합작기업에 대한 소득세율을 25%에서 14%로 하향조정 했을뿐 아니라 소득세 감면 기간도 크게 넓혔다.
즉 합영법상에는 합영기업은 영업시작후 3년간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3년 이후에도 순소득이 적을 경우 면제 또는 감면이 가능토록 돼있었으나 외국인 투자법에서는 이윤이 나는해부터 3년까지 소득세를 물지 않으며 그 다음 2년까지 소득세를 50% 범위안에서 덜어줄 수 있도록 했다.
토지와 관련된 법제정비도 주목을 끈다.
합영법에 따르면 북한측은 토지형태로 출자할 수 있으며 합영회사가 국제가격 지정기관에서 정한 토지사용료를 납부하도록 돼있다.
그러던 것을 외국인투자법(제15조)에서는 「국가는 외국투자가와 외국인 투자기업 설립에 필요한 토지를 최고 50년까지 임대하여 준다. 임대해 준 토지는 임대받은 기간안에 양도 또는 상속할 수 있다」고 명문화했다.
이는 외국기업이 일정기간 북한 땅에서 마음놓고 공장을 돌릴 수 있게 한 것으로 파격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밖에 북한 합영법은 외국인 외에 재일 조선상공인을 비롯,해외에 거주하는 조선동포들만을 합영대상에 포함시켰는데 외국인 투자법에서는 「공화국 영역밖에 조선동포들도 합작대상에 포함된다」고 해 남한기업과 개인도 합영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는 남북투자협력을 염두에둔 조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법의 미비점도 적잖게 눈에 띈다.
중국의 경우 합작기업이 직접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한데 비해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에서는 노동기관과의 계약을 통해서만 노동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개방에 따른 북한의 체제붕괴 위험을 극소화 하려는 속셈이 깔려있다고 보여진다.
또 북한의 합영법에는 원가계산,필요경비 인정,재고자산평가,감가상각,외환환차손익평가 등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이 자세히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를 이번에 손대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영관리면세서도 북한의 경우 합영회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의 의사결정 방법이 모든 사항에 대해 만장일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운영의 신축성을 위해 당사자간 계약에 따라 보다 다양한 의사결정 방식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 개발계획,두만강 개발계획 등의 추진과 관련,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법체계 정비를 내년 상반기까지 매듭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체계에 따라 외국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와 줄지는 더 두고볼 일이다.<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