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장 명청 고서화 첫 공개|『월간미술』1차조사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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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에 흩어져 있는 중국 명·청대 미 공개 고서화가 처음으로 조사됐다.
『월간미술』이 한중수교를 계기로 미술관·화랑·개인 소장품을 대상으로 1차 조사한 결과 명대 작품 5점, 청대 작품1백29점등 모두 1백34점을 공개했다.
명대작품 5점은 명말 중국화단을 주도했던 동기창의 서예작품 1점, 화조화의 대가 임량의『기러기 그림』, 궁정화가로 이름 높았던 주단의 『산수인물도』, 남영의 『방조송설산수도』, 장목의 『영모도』 등으로 모두 당대 대가들의 작품일 뿐 아니라 대형이고 질적으로도 수준급으로 확인됐다.
청대 작품들은 대가로부터 무명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중 주목할만한 것은 명말 청초의 신안 사대가중 한 사람인사사표의 산수화첩, 청초의 정통파를 대표하는 사왕오탄중왕원기·왕운의 산수도화첩, 그리고 양주팔괴로 널리 알려진 김농·나빙·정섭 등의 그림·서예 작품들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청나라문인들이 조선문인들에게 보낸 서신들과 그림의 독 등 한중회화 교섭사를 밝혀줄 자료 29점이 발견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우리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중국의 고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일제하 많은 미술품들이 유출됐고 해방 이후에도 숱하게 해외로 팔려나간데다 현재까지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어떤 작품들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걸과 아직까지도 상당량의 명품들이 남아있고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진다면 많은 작품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어서 국내에 흩어져 있는 중국 고서화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일본은 현재 중국 다음으로 많은 중국의 고서화를 소장하고 있는데 중국·대만을 제외한 세계 각 국의 중국 고서화작품들을 조사해 방대한 총합도록을 발간하기도 했다.
일본의 저명한 중국회화 전공학자 스즈키 케이가 편찬한 『중국회화 총합도록』은 일본·미국·캐나다·유럽·동남아 등에 산재해 있는 중국 회화의 대부분을 수록하고 있지만 한국 것만 빠져 있다.
이는 그들이 참고할 국내 자료가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최근 한국 내 중국 고서화 조사를 위해 조사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도 국내에 흩어져 있는 중국 고서화의 종합적인 조사는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 <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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