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상서 자국입장 강조 가능성/클린턴의 경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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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미 경제통합 등 예정대로 추진/일·중국에 강경… 한국 유리할 수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후보가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만약 이 추세가 선거까지 이어져 민주당이 지미 카터 이후 12년만에 정권을 잡게 되면 미국의 경제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겨 세계경제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외무부도 국회외무통일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미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자국의 입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많고 군사비의 대폭 감축으로 주한미군의 철군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철군규모가 커질 경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의 방위비부담이 커지고 미국의 주한미군 유지비 분담요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클린턴노믹스(clintonomics)」라고 불리는 클린턴 경제정책의 골자는 침체된 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화당정권도 물이 넘쳐 흐르면 그 주변을 적신다는,즉 기업위주의 성장정책을 실시하면 빈민 등 소외계층도 자연히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트리클 다운(trickle down)」경제이론을 펴며 성장을 강조해왔으나 클린턴의 정책은 단기적인 재정·금융책보다 교육·훈련 등 장기적인 경쟁력회복 노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외국기업에 대한 증세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고 세무감독과 사찰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외정책면에서는 슈퍼301조를 다시 들고 나오는 등 시장개방요구가 심해지고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보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대미통상외교가 더욱 버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쌀시장개방문제는 클린턴이 미국의 쌀 집산지인 아칸소주 지사이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협상에 대해서는 그동안 고용문제·환경문제의 우선 해결을 주장하며 반대해 왔지만 최근에는 국내교육·직업훈련과 환경정책을 보완한다는 조건으로 찬성하고 있어 북미경제통합은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일본,중국 등에는 불공정무역행위,중국내의 인권상황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강화해 이들 국가와의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인범연구원은 『현재 의회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클린턴 집권으로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통상압력과 보호주의 경향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그러나 미국이 일본·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이 한결 쉬워지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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