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기계구입 기피현상 등 방지/설비투자 촉진대책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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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정기조 유지위해 「부양책」 안써
20일 청와대회의를 거쳐 발표된 설비투자촉진 대책은 최근의 설비투자 동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설비투자 수준 자체를 큰 문제로 보지는 않지만 최근의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우리경제의 공급능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고,따라서 이 시점에서 한번쯤 분위기를 추스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상황인식 아래서 나온 대책이니만큼 과거의 설비투자대책에서 보여줬던 「화끈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올해 정부가 공급키로 한 23조8천억원의 각종 설비자금중 7월까지 공급된 것이 11조1백42억원으로 목표의 46.2%에 그쳤다. 현재의 설비투자 부진은 자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국내외의 경기부진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리스크를 감당치 않으려는 기업의 「몸사리기」에 주로 연유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금리인하나 대규모의 신규자금공급을 포함한 금융·세제상의 총력지원책을 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저성장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1년여동안 어렵게 끌고온 경제안정기조를 흔들고 새로운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경기부양차원의 인위적인 설비투자촉진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대책의 골자라 할 수 있는 1조원 규모의 외화표시 국산기계구입 자금의 신설도 설비투자촉진이란 목적외에 「외화대출의 확대공급으로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는 국산기계구입 기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욱 크다.
이같은 올바른 인식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면서 함량을 부풀리려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대책에 따라 새로 지원될 설비자금의 공급규모에 대해 기획원은 내년 상반기용으로 앞당겨 설정된 30억달러의 외화대출을 포함해 5조원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고,재무부는 내년 상반기용 외화대출은 다시 시기만 앞당겨 설정한 것 뿐이므로 신규공급은 3조5백억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부가 계상하고 있는 3조5백억원중에서도 하반기용 외화대출 10억달러 증액은 이미 발표·시행되고 있는 것이며 1조원의 수출산업 설비자금도 은행을 독려,자금이 보다 원활히 나가게끔 하겠다는 것이지 신규자금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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