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벽지로 바꾼 딸방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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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학교 3학년인 첫딸 난영이가 하루는 친구 집을 다녀와서 불평을 터뜨렸다.
『엄마, 내 방은 너무 좁아요. 아니, 우리 집이 좁은 거죠. 그 애의 방은 아마 우리 집만 할거야, 피이.』
그러면서 입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나는 약간 속상했지만 난영이를 앉혀놓고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29평 아파트가 네식구 살기에는 결코 좁지 않으며 집 없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고.
그런 다음날 난영이 방을 치우면서 꼼꼼히 방을 살펴보았다.
부엌 옆에 달린 조그만 방은 북쪽에 위치해 있어서 낮에도 전등을 켜야 할만큼 컴컴했다. 그리고 방안의 가구는 전부 칙칙한 갈색이었다. 7, 8년 전에 산 책장이나 책상은 쓰기에는 별 불편함이 없으나 보기에는 너무 낡고 지저분하게 보였다. 이미 좁은 방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가구라도 새로 갈아 주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가구 가격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엄청나게 비쌌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궁리한 끝에 갑자기 얼마 전 여성 잡지에서 읽었던 「접착 시트사용법」이란 기사가 생각났다.
나는 당장 집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갔다. 용도별로 수십종의 접착 시트가 있었다. 흰색 바탕에 나무결 무늬가 조금씩 찍혀있는 것으로 20m쯤 샀다.
그 날 저녁부터 나는 그것을 가구마다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꼬박 이틀동안 침대·책상·책장들을 완전히 흰 가구로 만들었다. 다음에는 수예점에 가서 침대 커버·베갯잇·쿠션들을 샀다. 흰색 침대에 파란빛의 커버를 씌우고 그 위에는 빨간 베개· 노란 쿠션들로 포인트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피에르가 그려진 장식 띠벽지를 둘렀더니 방 분위기는 훨씬 깔끔하고 아기자기해졌다. 남편과 난영이는 아주 좋아했다.
『역시, 당신은… 수고했어.』
『엄마, 고맙습니다.』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며칠간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요즈음 난영이는 가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방 구경을 시켜주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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