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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을 눈물짓게 한 2천 안타 달성

중앙일보

입력

1루를 향해 달리면서도 양준혁의 눈은 타구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공이 상대 중견수의 글러브보다 그라운드에 먼저 떨어지는 순간 그의 눈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국내 프로야구 25년 역사상 최초로 2000안타의 주인공이 탄생하는 순간. "프로선수로 뛰던 15년의 세월이 필름처럼 흘러갔습니다." 경기를 마치고도 양준혁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9일 잠실구장.

9회 1사 주자없는 상황, 삼성 최고참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3루측에 위치한 삼성 원정 관중석에서 '양준혁'을 외치는 함성소리가 커갔다.

두산 우완 이승학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는 초구로 142㎞ 바깥쪽 낮은 직구를 택했고 양준혁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타구는 중견수 왼쪽으로 향했다. 두산 중견수 이종욱은 글러브를 뻗어봤지만 공은 그라운드에 먼저 떨어졌다.

타구를 바라보며 1루를 향해 달리던 양준혁은 이를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쥐었다. 본인만큼이나 한국의 야구팬들이 기다리던 2000번째 안타가 나왔다.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는 잠시 중단됐고 선동열 삼성 감독이 3루측 덕아웃에서 걸어나와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전광판에는 '2000'이라는 숫자가 새겨지며 이날 잠실경기장을 찾은 2만3118명의 팬들에게 대기록의 탄생을 알렸다.

이닝이 끝나자 양준혁은 환호하는 3루 원정 관중석을 향해 고개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후에는 두산 주장 홍성흔과 삼성 주장 진갑용, 그리고 김응용 삼성 사장이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양준혁의 방망이는 첫타석에서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1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온 양준혁은 상대 선발 이경필의 3구째에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두산 중견수 이종욱이 펜스 앞에서 뛰어오르며 잡아내 범타 처리가 됐지만 기록달성을 기대케 하는 쾌조의 타격감. 중계 카메라에는 아쉬워하는 그의 표정이 잡혔다. 하지만 두번째 타석에서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3회 2사 1·2루에 등장한 양준혁은 볼카운트 0-1에서 몸쪽 높은 133㎞짜리 커터를 잡아당겨 우익선상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쳐냈다. 개인통산 1999호 안타. 2000안타를 달성하는 동시에 선동열 삼성 감독이 양준혁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간이 시상식'을 계획한 삼성 관계자들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5회 볼넷, 6회 1루땅볼로 물러났지만 그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있었다. 양준혁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으로 안타를 쳐내며 2007년 6월 9일을 '양준혁의 2000안타 달성일'로 만들었다. [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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