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높은 굽 구두」개발 허진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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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키가 작거나 한쪽 다리가 짧은 사람을 위한 특수구두를 고안해 실용신안을 출원한 사람이 있다. 단신 때문에 항상 콤플렉스를 느껴왔다는 허진호씨(35)가 그 주인공.
허씨는 지난 9월초 ▲구두 굽의 높이 조절과 ▲쿠션 삽입을 골자로 하는 특수구두제작을 실용신안으로 출원했다. 구두 뒷굽을 높여 키를 커 보이게 하는 방법은 기존에도 널리 사용된 고전적 제작법. 그러나 허씨는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뒷굽을 구두 안쪽으로 확장함으로써 밖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구두굽이 높아 보이지 않으면서도 키가 커 보이게 할 수 있었다. 또 질병이나 교통사고 혹은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짧은 사람들이 신을 구두에는 적당한 쿠션을 가진 밑창을 대 다리의 피로를 줄일 수 있게 했다.
『1m60cm를 조금 넘는 키 때문에 청년기 이후 열등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특히 사교춤 강사로 일할 때는 어느 여자도 제게 강습을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또 저 자신이 10여년간 굽 높은 구두를 신어 왔지만 발가락과 발등에 통증이 오는 등 불편이 아주 많았습니다.』 허씨는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특수구두 제작에 뛰어 들었다. 특수구두 제작에 반영된 아이디어 역시 10여년간 50여 켤레의 구두를 신어보며 얻어낸 것들이다.
허씨는 굽 높이는 이론상으로야 십수㎝까지 늘릴 수 있지만 대략 8㎝정도가 건강을 지키는 상한선이 되는 것 같다』며 경우 외관상 굽 높이는 5㎝정도며 구두 안쪽으로 3㎝가량 굽을 확장한다』고 말했다. 약 2개월전 특수구두 제작을 아예 생업으로 시작한 허씨는 지금까지 알음알음으로 30여 켤레 이상 제작주문을 받았다. 허씨는 주문받은 구두를 지난 10년간 자신이 단골로 들렀던 성동구의 한 양화점에 의뢰, 제작케 하고 있다.
허씨로부터 1호로 구두를 맞춰간 이상인씨(32·서울 마천동)는『국민학교 때 다리를 다쳐 왼쪽 다리가 짧아 불편했는데 특수구두를 맞춰 신고 난 뒤로는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허씨로부터 특수구두를 맞춰간 사람들은 교통사고·소아마비 등으로 양 다리의 길이가 다른사람·키가 작은 사람들이 각각 반 정도라는 것.
『청계천·염천교 등의 구두골목을 돌면서 특수구두 제작을 위한 소재를 구한다』는 허씨는『예상외로 특수구두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며 『기업에서 경량의 굽 소재를 개발해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춤을 완전치 끊었다는 그는 장가는 돈벌어서 가겠다는 노총각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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