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수준높은 매너」로 고객 끈다〃-호텔객실 판촉요원 「라마다르네상스」박정순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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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구상에는 직업과 직종을 나눌 수 있는 일거리도 별처럼 많고 많을 테지만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객실판촉을 담당하고있는 박정순 과장(여·31)의 업무는 아주 별스럽다. 책이나 전자제품·보험처럼 익히 알려진 제품이나 서비스판매가 아니라 객실서비스를 국내인보다 한결 더 낯설은 외국인들에게 팔고있는 것. 따라서 수준 높은 매너와 친화력이 필요하고 뛰어난 외국어구사력이 요구되는 독특한 세일즈업무다. 『아주 진취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일이라서 매력이 있어요. 언제나 주변에 사람이 있고 대화가 있죠.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던 것이 순식간에 해결되고 고객으로부터 호평받을 때면 짜릿한 전율까지 느낀답니다.』
세일즈업무지만 수준이 높고 적성에도 맞다는 그는 호텔 객실세일즈맨 중에서도 드물게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온 여성. 유창한 영어회화를 구사하는 그는 84년 이화여대영어교육과 4학년재학 중 대한항공에 입사, 스튜어디스로 1년8개월 동안 근무했던 경험이 자신의 호텔판촉업무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때가 많았다고 했다.
『대학재학중 취업돼 학업과 병행하기 어려워 부득이 잠시 휴학했어요. 졸업을 더 이상 늦출 수도 없고 해서 2년 뒤 퇴직하고 학업을 마쳤죠. 사회에 다시 나온 뒤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다 친구의 권유를 받고 호텔에 입사했어요. 처음엔 「여자가 호텔근무가 웬말이냐」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어렵게 승낙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강원도 삼척출신으로 유교적인 가정의 1남4녀 중 셋째딸이라는 그는 일에 몰입하다보니 결혼도 늦었다면서 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한달 수입이 1백30만∼1백40만원 가량 된다고 귀띔하는 그는 실제로 이동통신사업이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외국관련 VIP들을 유치하는 역량을 보였고 최근에는 고속전철관련 외국인사들과 상당한 친교를 갖고있다고 자랑했다.『전통윤리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아주 좁아요. 뛰어난 친화력이 있고 세밀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데도 과소 평가되는 사례도 많고요. 그러나 호텔 등 관광서비스분야는 비교적 여성들에게 관대하고 문호도 열려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뛰어들만 한 분야입니다.』88년 입사한뒤 평균2∼3년 걸리는 과장진급을 불과 8개월만에 특진했다고 말하는 그는 보다 많은 여성국제세일즈맨들이 탄생되기를 희망했다. <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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