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참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가끔 직장동료나 아는 사람으로부터 사회생활을 하는 자기 아내 자랑을 들을 때가 있다.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세상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60년대만 해도 아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을 남편들은 부끄러워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하는 아내들은 남편이나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며 집안에서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공무원 일을 시작한 것은 그렇게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어려웠던 20여년전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해 이미 세 아이를 두고 막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공무원 채용시험을 보았다.
시험을 앞두고 준비를 하면서 식구들이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는데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이었는지 식구들이 모두 집을 비운 시간에 몰래몰래 숨어서 공부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어렵게 공부해 사무관으로 첫 공직을 시작한 뒤에도 나는 나의 자긍심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오히려 주변의 곱지 않은 시각을 느끼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집안에서는 퇴근후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부엌으로 내달았던 기억만이 남는다.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예전에 비하면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도 늘어났고, 시각도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도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넓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실제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는 물론 정부의 제도적 보장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 자신이 자신과 여성후배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것인가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 일 것이다. 직장여성이나 가정주부들 모두가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신학희<서울시 가정복지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