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가공·유통업까지 참여(일본농업의 UR대응: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농업구조 사업비 50∼70% 정부서 보조
『시호로(사황)농협을 압니까.』
『감자 과자로 유명하지요.』
일본 홋카이도(북해도)의 읍단위 농협인 시호로농협을 찾아가기에 앞서 북해도의 중심지인 삿포로(찰황)시에서 한 직장여성에게 질문을 던지니 엉뚱한(?) 답변이 튀어나온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농협과 과자가 연결될리가 없지만 일본은 달랐다.
농민과 농협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농산물의 산지 가공 및 유통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자주산지에 있는 시호로 농협은 대규모의 감자가공 공장을 농민 조합원과 함께 운영,포테이토칩·스낵·크로케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어 도시인에게 농협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제과업체로 인식되는 것이다.
일본 농업은 이처럼 농산물 가공·유통에의 참여를 통해 수입개방 압력과 농가소득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처방을 찾고 있다.
농산물의 단순한 생산에 그치던 종래의 농업과 달리 가공·유통에까지 영역을 넓혀 1차산업이 아닌 「1·5차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해도 하동군 사황정에 있는 시호로 농협의 모리모토 마사루(삼본승)조합장은 『도시로 돌아가고 있는 농산물 가공·저장·유통수익을 농민에게로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가공사업에 손을 대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물론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이 있어 조합원의 반대도 있었지만 감자 전분공장이 성공하면서 차츰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이지역 농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졌고 주민의 취업기회도 많아졌을뿐 아니라 규격외 농산물의 1백% 활용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곳뿐 아니라 일본의 각지역 농협을 가보면 웬만한 중소기업을 뺨칠 정도로 많은 가공·유통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에 가까운 농협으로 꼽히는 시호로 농협은 부지가 7만평방m나 되는 전분공장과 2만여평방m의 감자 가공공장을 운영,전분의 경우 하루 1천8백t,크로케의 경우 하루 1백만개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보리건조공장,축산농을 위한 식육처리공장·12개의 소 비육센터,더운 지하수를 이용한 94동의 수경 재배온실,식품개발연구소 등 시설의 종류가 30여가지에 이른다.
나아가 소비지인 오사카(대판)·구마가야(태곡) 등지에도 집출하 창고 등을 갖고 있다.
이같은 생산­가공­유통의 일관체제 덕으로 이 지역 농가의 소득은 일본평균인 연간 5백만∼6백만엔을 훨씬 웃도는 2천만엔에 이르고 있다.
북해도 지토세(천세)시 농협의 경우도 이 지역 특산인 하스카프라는 영양이 많은 열매를 이용해 포도주·젤리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두부·짠지 등을 만드는 공장과 야채 집출하 시설 등을 갖추어 많은 농산물을 선별·가공한후 팔고 있다.
또한 아키타(추전)현 이견 농협의 경우는 양돈지역의 특성을 살려 「전원햄」 가공공장을 운영,「무첨가 식품」으로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같은 토대에서 일본 농촌의 일촌일품 운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일본 농협은 판매·유통분야에도 적극 진출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한다. 일본에서는 특히 농산물을 소비자 집까지 배달해주는 택배운송회사 체제가 발달돼있어 전국 농협의 절반이 택배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농산물 및 가공품을 직판한다. 일본 농업이 이같은 가공산업의 토대를 갖게된 것은 60년대부터 일찍이 농업구조개선 사업을 하면서 농민단체 가공시설 소요자금의 50∼70%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아낌없이 지원해온 덕임을 우리 농정당국도 참조해야 할 것이다.<북해도=김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