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씨 개인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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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종이작가」「백색의 작가」로 잘 알려진 원로 한국화가 권영우씨(66)가 17일까지 갤러리현대((734)8215)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는 1백50호부터 15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34점이 선보인다.
30년 전부터 종이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한 그는 대담하게 붓을 던져버리고 한지 또는 화선지를 겹겹이 바르거나 찢거나 긁고 뚫는 작업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드러내 보이려는 독자적인 양식을 끊임없이 실험해 왔다.
이번에는 캔버스에 과슈·아크릴·페인트 등을 혼합한 물감을 칠한 뒤 물기가 마르기 전에 접거나 구김살을 주는 방식으로 한지를 덧붙임으로써 캔버스와 뜨는 부분은 희게, 밀착된 부분은 바탕색이 은은하게 비켜 나오는 명암의 대비를 통해 하머니와 리듬감등 풍부한 표정을 얻고 있다.
한지를 접거나 구김을 줄 때 우연히 생겨나는 현상과 한지에 배어 나오거나 비쳐나는 바탕색의 은은함이 조화를 이뤄 동양적 선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다.
마치 봉창을 통과한 빛을 통해 바라볼때 백자가 본연의 색깔과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주변의 삶 속에서 직감으로 느낀 자연의 모습을 우연의 효과를 살리면서 형상화하고 싶다』는 그는 지난78년 중앙대 교수직을 사임하고 89년까지 파리에 머무르며 조형세계를 다질 정도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2년 연속 국전 문교부장관상수상, 국전 심사위원,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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