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으론 미흡 정계 은퇴 할수도/뇌물스캔들 가네마루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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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당내서도 “결단”촉구/다케시타파 와해 위기/총선전 정계 개편 확실
일본 정계 최대의 실력자 가네마루 신(금환신) 다케시타(죽하)파 회장이 진퇴문제에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운송회사 도쿄사가와 규빈(동경좌천급편) 및 폭력단 관련 스캔들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네마루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세가지다. 다케시타파 회장 사퇴·자민당 탈당·의원직 사퇴가 그것이다. 이 세가지중 최소한 자민당 탈당까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11일에도 일본 전국에서는 가네마루 은퇴를 요구하는 집회·서명운동이 잇따랐다. 야당은 야당대로 이달말 임시국회에서 가네마루의 증인소환을 벼르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도 가네마루가 이제 진퇴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그의 은퇴는 이제 시간문제가 되고 있다.
또 다케시타파는 분열 직전에 이르렀으며 내년 총선 이전 어떤 형태로든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네마루가 여론과 야당으로부터 집중 성토를 받고 있는 것은 도쿄 사가와 규빈으로부터 거액의 불법헌금을 받았을뿐 아니라 폭력단과도 관련됐기 때문이다. 87년 자민당총재 선거때 가네마루는 폭력단의 힘을 빌려 다케시타 노보루(죽하등) 전총리에 대한 우익단체의 비난을 중지시킨 일이 밝혀짐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더욱 격렬한 분노를 사고있다.
일본정부가 「폭력단 대책법」까지 만들어 폭력단을 추방하려 하는 마당에 정계 최고실력자가 폭력단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다. 한편 다케시타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내분에 휩싸여 있다. 한덩어리 바위처럼 단결력을 자랑하던 다케시타파가 이처럼 내분의 소용돌이에 몰리게 된 것은 다케시타파의 중심인 중간실력자 7명의 경쟁·알력 때문이다. 다케시타파는 오자와 이치로(소택일일) 회장대행,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육) 국회대책위원장,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전대장상,오부치 게이조(소연혜삼) 전간사장 등 소위 7명의 중신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가네마루는 오자와회장대행을 감싸고 돌면서 그를 후계자로 키워왔다. 나머지 6명은 가네마루의 위세 때문에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네마루가 힘을 잃게 되자 내분이 일어나면서 오자와회장대행의 독단적인 당운영 등에 항의하고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하는 등 그를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오자와 회장대행과 가지야마국회대책위원장은 극도로 사이가 나쁘다. 또 하시모토 전대장상도 오자와 회장대행 밑에선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다케시타파가 분열될 경우 이는 자민당 전체로 파급되고 일본 정계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또 잇따른 스캔들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선거제도 개편 등 전반적인 정치개혁 요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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