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시다바리 / 당일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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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한 대사 중에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등은 당시 유행어가 될 정도로 회자되곤 했다. 여기서 문제 하나. "녀석은 흑곰파의 막내 시다바리였다" "여기는 조선 땅이야. 너희들 나와바리가 아니야" (이환경 '야인시대'), "울릉도의 특산품으로는 호박엿과 당일바리 오징어가 있다"에서 쓰인 '시다바리, 나와바리, 당일바리'는 모두 일본말에서 온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모두 다 일본말은 아니다. '시다바리'는 '아랫사람, 부하, 조수', '나와바리'는 '구역, 세력 범위'를 뜻하는 일본말이지만 '당일바리'의 '바리'는 우리말이다.

'바리'란 "해마다 몇씩은 잡아다가 주리를 틀었고 그럴 때마다 돈 바리와 쌀 짐이 들어왔었다"(이무영 '농민')처럼 '마소의 등에 잔뜩 실은 짐 또는 그 짐을 세는 단위'를 의미하거나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뜻하기도 한다. '바리'는 '바로, 즉시'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상도.함경도 지방의 방언이기도 하다.

"백화점들이 명절을 맞아 자연산 전복과 당일바리 옥돔으로 구성된 명품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반건조 오징어는 당일바리만 쓴다"에서 '당일바리'는 '그날 바로 잡은 고기(오징어)'를 뜻한다. 여러 지역에서 많이 쓰이고 있지만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이들의 밥을 담은 작은 밥 바리를 '애기바리'라 부른다고 한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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