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 일본에 '도하의 수모'를 갚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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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랑하는 장신센터 하은주(右)가 일본 골밑에서 슛을 쏘기 위해 수비를 따돌리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한국 여자농구가 도하의 수모를 씻고 베이징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정선민(20득점.6리바운드.4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일본을 90-68로 대파하고 4전 전승을 달렸다. 지난해 12월 도하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해 노메달에 그쳤던 아픔을 깨끗이 설욕했다.

이번 대회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 한 장이 걸려 있다. 개최국 자동 진출을 보장받은 중국은 이번 대회에 2진급을 내보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대회 우승과 함께 올림픽 출전권을 다투는 양상이다. 일본은 이미 예선 첫 경기에서 중국을 꺾었다. 4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7일 중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회 우승을 놓치면 2008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세계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출전이 힘들어진다.

정선민(33.1m85㎝.신한은행)은 대표팀의 맏언니다. 세대 교체를 단행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에 선발되지도 못했다. 이날 경기는 아직 그를 대체할 선수가 없음을 보여줬다. 전반이 끝났을 때 한국은 39-28로 앞섰다. 정선민은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10점)과 리바운드(4개), 어시스트(3개)를 기록했다. 속공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상대 진영으로 뛰어들고 공격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정선민은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대표팀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 귀화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회복한 하은주(24.2m2㎝.신한은행)도 9득점.4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은주는 "경기 직전 일본 언니들과 만나 악수를 했다. 솔직히 너무 흥분했다. 그 탓에 전반은 좋지 않았다(전반 2득점)"며 "후반부터 '경기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침착하게 뛰었다(후반 7득점)"고 말했다.

고나가야시 요코 일본 프리랜서 기자는 "하은주는 지금껏 일본이 경험하지 못했던 높이가 있다. 2년 전 실업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직도 일본인들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천=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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