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대회/등 개혁 불댕긴다/12일 개막… 무얼 논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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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정지도부·군기구 대폭 개편/진운 등 보수파 필사저항 예상
향후 중국의 진로설정과 당정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단행할 제14기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4전) 개막이 수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14전이 채택할 노선과 당정개편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14전에 대비,5일 북경에서 제13기 중앙위 제9차 전체회의(9중전회)를 소집,14전에 채택할 각종 의제와 보고서 등에 대한 최종심의에 착수했다.
지난 87년에 이어 5년만에 열리는 이번 14전의 주요 의제는 ▲중국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지지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체제 건설 ▲당·정 지도부 개편 ▲당·정·군 기구 전면개편 등으로 압축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장쩌민(강택민) 당총서기의 정치보고를 통해 제시될 당의 지도노선은 등소평이 주창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사회주의 체제에 시장경제를 접목시키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건설이 핵심을 이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강 총서기는 9중전회 개막일인 5일 『중국이 서방세계로 부터 좋은 점을 본받는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복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정치적으로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다는 기본구도를 거듭 확인했다.
리펑(이붕)총리가 지난달 30일 건국일 기념 리셉션연설에서 『등소평 동지의 중국적 사회주의 건설이론이 제시한 당의 기본노선은 옳은 것』 『14전은 중국정치사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를 향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지속적인 고도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시장경제 개혁을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14전을 통해 지난 78년 제11기 3중전회이후 계속되어온 개혁·개방노선이 일단 성공적이었음을 공식인정하는 동시에,시장경제체제로의 개혁을 움직일 수 없는 지도노선으로 채택,이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는 일대 전기를 맞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구소련의 몰락과 동유럽 공산권 붕괴이후 처음 열리는 당대회이며 중국 공산당정권수립 이래 40년이상 지속해온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종지부도 찍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88세의 등소평을 비롯,중국을 움직여온 혁명1세대들로서는 이번이 생애 마지막 대회라고 볼때 사회주의적 계획 경제 포기,자본주의 시장경제 채택은 가위 혁명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14전의 또다른 초미의 관심사는 당정지도부 개편과 정부기구 개편이다.
개혁파는 등소평 사후에도 「등소평없는 등소평시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서 젊고 유능한 경제통을 대거 발탁,개혁파가 절대우위를 점하는 지도부 개편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천윈(진운)을 주축으로 한 보수파들은 이번에도 밀리면 끝장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세확보를 위해 필사적인 저항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방관측통들은 강택민총서기­이붕총리로 이어지는 현체제는 유지되고 양상쿤(양상곤)국가주석이 퇴임하는 대신 강 총서기가 주석직을 겸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신설 부총서기직에 차오스(교석)·리루이환(이서환)이,부총리에는 쩌우자화(추가화)·주룽지(주용기) 등 개혁파가 버팀으로써 사실상 개혁파가 실권을 장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역시 쑹핑(송평)·야오이린(요의림)이 물러나고 주·추 부총리와 후진타오(호금도) 전 티베트자치구 당서기 등 신진개혁파들이 대거 진입한다는 설이 유력시되고 있다.
당·정·군 근간조직에 대한 개편도 관심거리로,중국은 3천4백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중앙·지방정부의 조직을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감축한다는 방침아래 대대적인 기구개편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사령탑인 국가계획위를 축소개편하고 상업부·방적공업부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경제추진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경제무역위와 농업·상업위를 신설하는 것도 이같은 방침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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