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중동평화는 하나"|아라파트 PLO의장 신부 소우하 아루다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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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아라파트의장(63)의 처 소우하 아루다빌(29)이 최근 결혼 후 처음으로 서방세계의 신문기자와 만났다. 튀니지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본부에서 만난 그는 균형 잡힌 몸매에 키가 컸으며 아마빛 머리에 밝은 갈색 눈동자를 한 소탈한 성품의 매력적인 미인이었다.
그가 아라파트와 결혼한 것은 지난해 6월. 아라파트의 프러포즈에 응한 것은 서로의 감정이 통하고 합한 데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어서 였다고 말한다.『우리의 결혼을 비밀로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의 사람들이 처해있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요란하게 발표할 기분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라도 우리의 결혼을 축복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체 피로연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중동평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소르본대학 출신으로 아라비아말 이외에 영어·불어를 유창하게 말하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는 소탈하고 밝은 성격이라 사람들에 대해 말많은 PLO안에서도 그는 평판이 좋다.
『아라파트와의 결혼은 저에겐 대단한 결단이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점령지인 고향 나브루스입니다. 일부러 프랑스에 유학을 간 것도 공부한 후 고향에 돌아가 교육계에서 일하고 싶어서입니다. 그와 결혼했기 때문에 점령지에는 가지 못합니다. 그것이 정말로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장이 팔레스타인 해방의 심벌로 고향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고민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의장이 고향이라는 설명이다,.
PLO본부에서 섭외담당 비서로 근무하면서 동시에 난민캠프의 생활개선이나 아동복지 등의 인도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그는 외부세계에 원조를 청할 때도 특유의 상냥함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 최근 서방세계의 한 외교관은 그를 지칭하여 PLO가 새로운 보물을 손에 넣었다고 말한바 있다.
의장은 아내가 전면에 나서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있지만, 단 한번 그를 어겼는데 그것은 지난4월, 의장 특별기가 아라비아에서 사고를 일으켰을 때로 누구보다도 먼저 사무실로 뛰어나갔었다며 웃는다. 결혼 후 집에서 식사를 준비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아라파트가 돌아올지 아닐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남편과 단둘이 식사를 해본적도 없다고 한다. 의장으로부터 자신에게는 3명의 아내가 있다는 고백을 들었는데, 그 3명의 이름은「팔레스타인의 큰 뜻」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그는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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