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노 대통령 '참평 발언' 위법 가리는 중앙선관위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이 또 한번 중앙선관위의 심판대에 오른다. 중앙선관위 고현철 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선관위원은 7일 오전 10시 과천 선관위 4층 회의실에 모여 논란을 빚고 있는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 발언이 선거법 위반인지를 결정한다.

선관위는 9명의 선관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합의제 기관이다. 대통령 임명 케이스가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이 3명이며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선관위원들은 특정 안건에 대해 합의가 안 되면 표결로 결정한다.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가부(可否) 동수이면 위원장이 캐스팅 보트를 쥔다. 원래 정기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열리지만 이번엔 긴급 사안이 발생해 예정에 없이 회의가 소집됐다. 해외 출장 중인 임재경 위원에게도 귀국을 요청했다. 경우에 따라선 대선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결정을 앞두고 있어 선관위엔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다.


그래픽 크게보기

현 선관위원 9명 가운데 전용태.김영신.김헌무.임재경.김영철 위원 등 5명은 선관위가 2004년 3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노 대통령의 TV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제9조를 위반했다는 결정을 내릴 때도 참여했었다. 당시 선관위원들은 6시간3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6 대 2로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관 위원은 5일 "노 대통령은 2003년 12월에도 '총선 양강 구도' 발언으로 선관위로부터 공명선거 협조요청을 받지 않았느냐"며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호열 상임위원은 "정치권의 주장과는 전혀 무관하게 위원들이 백지 상태에서 순수히 법리적인 측면만 따져 신중히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객관적 사실이 있으니 유권해석만 내리면 된다"며 "실정법과 헌재.대법원의 판례를 참조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 사무처는 이날 선관위원들에게 노 대통령 발언록 전문과 한나라당의 고발장을 보내 회의 전까지 쟁점을 충분히 숙지토록 했다. 선관위원들이 판단할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노 대통령의 연설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선거법이 금지한 사조직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이다. 한나라당의 고발장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2004년 결정 당시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훼손은 인정했지만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3 대 5로 기각했었다. 이번 사안과 관련, 법조계.학계에선 사전선거운동.사조직 문제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정치적 중립 훼손은 상당 부분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숭실대 강경근(법학) 교수는 "대선 출마하겠다는 사람을 직접 거명하고, 그 사람의 정책에 대해 분명하게 비판한 것은 정치적 중립을 위배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정하.이가영 기자

◆참평 발언=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했던 선거법 위반 혐의 발언. 박근혜 전 대표를 '독재자의 딸'운운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