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거국내각」 구성 착수/프랑코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늘부터 대통령직 수행/정권이양 특별위원회 본격 가동
【브라질리아 UPI·AFP=연합】 페르난도 콜로르 데 멜로 브라질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된 이타마르 프랑코 브라질 부통령은 지난달 30일 위기수습을 위한 거국내각 구성에 본격 착수했다.
프랑코부통령은 이날 콜로르 탄핵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여야 지도자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내각 구성을 협의했다.
또 프랑코와 상·하원의장,콜로르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된 정권이양 특별위원회도 활동에 들어갔다.
프랑코부통령은 브라질 상원이 콜로르에 대한 탄핵 심판 개시를 공식 발표하는 1일부터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소식통들은 새 내각에 노동자당 및 중도계 사민당인사들도 중용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콜로르정부에 비해 훨씬 진보적 색채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야당 입김이 전례없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는 거국내각은 출범후 콜로르대통령이 주력해온 경제회복에 최대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또한 지난달 30일 콜로르대통령에 대한 탁핵을 마무리지을 21인특별위원회는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내 탄핵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하원의 탄핵소추로 대통령직 수행이 정지된 콜로르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이 확정되면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공식 해임되며 이후 일반인 자격으로 이권개입 등과 관련해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
콜로르대통령의 측근인 보르자 법무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들에게 콜로르대통령이 대권이양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콜로르대통령이 사임이란 단어는 단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해 정권이양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소식통들은 콜로르대통령이 상원 심리까지 가능한한 버틸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하고 그러나 핵심 측근들까지 『이미 게임은 끝났다』고 체념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대세를 뒤엎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했다.
◎인플레 잡기 “발등의 불”/브라질 거국내각 당면 과제·전망/프랑코 정치기반 허약 “난제”/민주화 진전땐 재생의 기회
대통령 탄핵이라는 보기 드문 방법으로 정권교체를 하게 된 브라질은 앞으로도 정치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넘어야 할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콜로르대통령은 지난 90년 은행의 예금계좌를 17개월 동안 동결시키는 충격요법을 통해 살인적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개방적인 자유시장경제를 확립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콜로르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국민재건당이 하원의석 5백3석중 31석에 불과한 취약한 정치기반과 헌법상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대통령권한 등 실행력이 결여돼 실패했다. 그 결과 지금 브라질 경제는 인플레가 월 24%에 달하고 있으면서도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어 있는 상태다. 외채도 제3세계국중 최대인 1천1백90억달러에 달한다. 그밖에 대도시 지역의 높은 범죄율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브라질 언론들은 앞으로 최소한 6개월동안 대통령권한을 대행할 이타마르 프랑코 부통령이 『우유부단하고 고립돼 있으며 감정에 치우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프랑코 부통령이 가진 장점은 그가 오랜 공직생활을 했음에도 브라질 정계에 크게 만연돼 있는 부정부패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뿐이다. 일부에서는 프랑코부통령이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놀아날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프랑코부통령은 자유경제보다는 국가통제경제를,자유무역보다는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인물이다. 프랑코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콜로르 대통령의 자유화정책을 뒤집는 새로운 충격요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정책도 현재로선 효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새로운 충격요법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 브라질 내외의 분석이다.
프랑코부통령도 자신에 대한 평가와 경제계의 우려를 의식해 『세계가 변화했으며 자신도 변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랑코부통령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례없는 과정을 거쳐 빚어진 정치공백과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의회진출정당만 19개인 극도의 정당난립상황에서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새 정부는 브라질이 안고 있는 심각한 경제·사회·정치위기를 치유할만한 어떤 정책도 추진할 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정부출범전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 89년까지 29년간 군부의 억압적인 통치를 받고 있던 브라질이 89년 대통령 자유선거로 민주화의 길에 들어섰으며 이번 대통령탄핵은 이같은 민주화에 견고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기대다.
이같은 민주화는 국민일반에 만연된 무기력감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또 거국내각이 정당간 이해대립을 극복하고 프랑코부통령의 정직한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게된다면 새 정부는 의외로 강력한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바탕위에서 과도한 재정적자와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외국기업들과 정부들의 브라질에 대한 투자·지원이 재개될 수 있다. 이것은 끝없는 혼란속에 파멸의 길로 치닫고 있던 브라질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재생의 기회」로 간주되고 있다.<강영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