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 철새도래지 '썰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23일 오전 11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간월호와 부남호호수 위에는 재두루미.물떼새.청둥오리 등 갖가지 철새가 떼지어 노닐고 있지만 인적은 찾아볼 수 없다. 호수 위 철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평일에도 수십명씩 관람객이 찾던 탐조대 3곳은 모두 텅 비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전국으로 확산 중인 조류독감이 이곳에서 월동 중인 철새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지난 22일부터 충남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이 탐조학교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서산시 방역당국도 일반 탐조객 방문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수만에 날아오는 겨울 철새는 2백60여종으로 약 40여만마리. 이 가운데 조류독감 전파 의심을 받고 있는 가창오리.청둥오리 등 오리류는 4만여마리에 달한다.

환경운동연합 이평주(李平周) 사무국장은 "현재 천수만에서 월동 중인 오리류에서 아직 조류독감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철새가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산시 박헌근 축산계장은 "하루 한차례씩 직원 서너명이 순찰을 돌며 철새를 관찰하고 있으나 3천1백여만평이나 되는 천수만 철새도래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선 2000년 11월 가창오리 등 2만여마리의 철새가 가금 콜레라에 감염돼 집단 폐사한 적이 있다.

충남도 축산위생연구소는 최근 천수만 철새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철새의 가검물을 채취, 국립수의과학검역원으로 보냈다.

탐조객 발길이 끊기면서 겨울철 특수를 누려오던 이 일대 음식점들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부석면 창리 S휴게소의 金모(52) 사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하루 30만~40만원씩 매상을 올렸으나 조류독감이 소식이 나온 이후엔 매상이 70% 이상 줄었다"며 "요즘엔 탐조학교 참가자는 물론 일반 탐조객도 찾아 볼 수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B횟집도 조류독감 발생 이후 손님이 30% 이상 줄었다며 울상이다.

서산=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