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중립”한뜻 “기능”이견/3당 법개정협상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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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사권 범위축소 시각차 커 난항 겪을듯/예산공개도 민자 “제한” 2야 “전면” 맞서
3당 영수회담에서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안기부법을 개정키로 합의함에 따라 이 문제가 새로운 정치현안으로 떠올랐다.
각 당은 나름대로 법개정안을 마련,정치관계법 특위에서 협상을 벌여나갈 계획이지만 수사권의 범위 등을 둘러싸고 서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안기부법은 여소야대의 13대국회 초반에도 개혁입법의 대상이 돼 심판대에 올랐으나 여야의 첨예한 의견대립끝에 개정되지 못한채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태우대통령의 당적이탈로 인해 정부의 「중립」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각당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는데다 안기부 스스로도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고 나서 이번에는 합의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3당간에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대목은 ▲명칭 ▲수사권의 범위 ▲예산공개 및 심사 등이다.
명칭에 있어 민자당은 현행의 「국가안전기획부」로 하자는 의견인데 비해 민주당은 「해외정보부」 또는 「대외정보처」로,국민당은 「국가대외정보위원회」로 바꿀 것을 주장하고 있다. 명칭 자체에서 알 수 있듯 민자당은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민주·국민당은 그 기능을 해외정보활동으로 국한시켜 국내문제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명칭의 차이는 수사권의 범위문제와 직결된다. 민자당은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등 일부를 제외하고 현행대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인정하자는 것이고 국민당은 안기부의 업무를 대외·대공관계로 국한시켜 모든 수사권을 검찰·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당은 미국의 CIA가 해외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을뿐 수사권이 없음을 예로 들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안기부의 업무를 해외정보수집과 대공 등 두가지로 나누어 간첩죄 적용대상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인정하자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남북 분단상황을 고려,제한적인 수사권을 인정하되 국내 정치참여를 중지하고 미 CIA나 과거 소련의 KGB처럼 경제 등 해외정보 수집에 주력토록 하자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3당은 안기부 예산의 공개 및 심사여부와 관련,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국민당은 안기부 활동의 견제를 위해 전면적인 예산의 공개와 항목별 심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비밀누설을 막기 위해 미 CIA처럼 10명내외의 위원으로 정보위원회를 설치,이 위원회에서 예산을 공개토록 하고 필요한 경우 심사도 할 수 있게 하자는 입장이다. 대신 정보위원회에는 아무도 필기도구 등을 지참할 수 없으며 어떤 자료도 가지고 나올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안기부 관계자의 국회증언문제에 있어서도 민자당은 기밀사항에 대해선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비공개 증언토록 하자는 주장이고 국민당은 무조건 거부할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같은 입장차이에도 불구,3당은 중립을 명문화하고 현재 부장·차장·기조실장에게만 적용되는 정치활동 금지규정을 모든 직원으로 확대하자는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한 직원에 대해 가중처벌토록 처벌조항을 신설하는데도 이견이 없다 3당은 이와 함께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로 알려진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하고 국회에 정보위를 설치하자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기부가 필요한 지역에 둘 수 있도록 돼있는 지부를 축소하는 문제도 3당간에 큰 의견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다만 민자당은 시·도지역에만 지부설치를 허용하자는 입장인데 비해 민주·국민당은 이를 삭제하거나 대폭 축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차는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어느 정도 좁혀질 수 있는 문제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치권자나 정치세력의 의지다. 안기부 기능의 본질은 결국 그 운영에 있지 제도의 문제가 아닐뿐 아니라 과거 정치세력들이 월권행위의 방편으로 이용해왔었기 때문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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