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조교사 또 자살/이봉래씨 오늘 아침/아파트 옥상서 투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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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승부조작」 재소환 앞두고/첫 조사서 “뚝섬 시절 매주 5만원 받아” 진술/“비리연계조직 드러날 것 우려” 추정
경마 승부 조작사건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한국마사회 소속 조교사 최연홍씨(50)가 26일 자살한데 이어 28일 오전 6시40분쯤 조교사 이봉래씨(40·안양시 안양7동 준마아파트 2동 202호)가 자신의 아파트 11층 옥상에서 30m아래 잔디밭으로 투신자살한 시체로 발견됐다.
이씨는 경마 승부 조작사건과 관련,다른 기수·조교사들과 함께 24일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뒤 풀려나 28일 오전 재소환될 예정이었으며 동생 이순봉씨(35·조교사)는 당시 구속됐었다.
현장을 처음 발견한 동생 순봉씨의 부인 서점석씨(27·준마아파트 2동 102호)에 따르면 아파트 뒤쪽 화단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회색 남방셔츠에 푸른색 바지를 입은 이씨가 입·귀에 피를 흘리며 숨져 있었다.
이씨가 투신자살한 11층 옥상에는 이씨의 신발 한켤레가 놓여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가 27일 오후 자살한 동료 최씨의 빈소에 다녀온뒤 줄곧 집에 있다 『28일 새벽 최씨의 빈소에 가겠다』고 말하며 오후 11시30분쯤 잠들었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이날 아침 혼자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살한 이씨는 74년 기수양성소를 수료,82년까지 기수로 활동한뒤 82년 5월 조교사 면허를 따 조교사로 근무해왔다. 이씨는 24일 오후 1시쯤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당일 오후 7시쯤 풀려났으며 당시 조사에서 『뚝섬 경마장 시절 기수로 활동하면서 매주 목요일 경마꾼들로부터 한차례 5만원씩 용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범행가담 사실을 시인했었다.
검찰은 『이씨가 범행을 시인했으나 뚝섬 경마장 시절의 일로 비교적 오래됐고 액수도 적어 입건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간단한 진술서만 받고 돌려 보내고 28일 다시 출두토록 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의 자살에 대해 『26일 조교사 최씨가 자살한뒤 다른 조교사·기수들이 동요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사회측에 더이상의 수사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었다』며 이씨가 자신과 관련된 또다른 구조적 비리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동생 순봉씨는 89년초 서울 제기동 궁전스탠드바에서 경마브로커 정균수씨(35·구속)로부터 20만원을 받고 자신이 관리하는 말의 건강상태·전력질주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천4백5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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