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온실가스 감축' 주도권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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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말을 탄 독일 경찰관들이 1일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리는 북부 발트해 연안도시 하일리겐담에 가설된 12㎞ 길이의 보안철조망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2일 하일리겐담 인근 로스토크시에서는 G8회담에 반대하는 격렬한 폭력시위가 벌어져 진압 경찰관 433명과 시위대 60명 등 500여 명이 부상했다. [하일리겐담 AFP=연합뉴스]

G8(주요 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독일 서북부 발트해 연안 휴양도시인 하일리겐담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지구온난화 대책과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배치 등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근 악화일로를 걸어온 미국-러시아, 러시아-EU 간의 관계 개선도 주요 현안이다.

◆지구온난화 대책 최대 안건=이번 회의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될 사안은 지구온난화 대책이다.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 가입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던 미국은 비난의 표적이 될 전망이었으나 지난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미국과 중국.인도 등 온실가스 배출 15개국 회의를 제의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일단 온실가스 감축을 제안한 만큼 이번 회담에선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른 참가국들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온 영국과 최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종합전략을 발표한 일본이 대표적이다. 또 개최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인 대책을 공동성명에 포함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미-러.EU-러 신경전=미국이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동유럽으로 확대하려고 시도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의 대립이 이번 회의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게 될지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메르켈 총리는 의장으로서 양국 입장을 조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러시아와 EU의 관계 개선도 관심거리다. 지난달 메르켈 총리가 EU 의장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푸틴과 러시아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친러 성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고 친미.친독 성향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해결 전망은 이전보다 어두워졌다. 뚜렷한 아군이 없는 러시아가 '벼랑 끝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반세계화주의자 10만 명 시위 예상=이번 회의에서도 예전처럼 반세계화 시위가 극렬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회담 개막 전인 2일 하일리겐담 인근 항구도시 로스토크에서 3만여 명이 경찰에 돌을 던지는 등 극렬한 시위를 벌였다. 독일 경찰은 전 세계에서 10만여 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회담장 주변 12㎞를 빙 둘러 높이 2.5m의 철조망을 치고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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