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평포럼 4시간 연설 "한나라당이 정권 잡으면 좀 끔찍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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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연설에서 4시간 동안 작심한 듯 심중을 쏟아 냈다. 현직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게 자극적인 막말도 많았다. 여야 대선 주자에 대한 분노와 조롱, 빈정거림이 느껴졌다.

노 대통령은 "그 사람들(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복지 분야에선 국물도 없다" "옛날에 성공한 지도자는 공정했다. 성질이 좀 더러워도 괜찮았다" 등 거친 단어를 동원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이명박.박근혜 불안하다"=7% 성장 공약하는 이들(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이 있는데 멀쩡한 사람에게 무슨 주사를 놓을지, 무슨 약을 먹일지 불안하다.

무리한 부양책 써서 경제 위기나 초래할지 좀 불안하다. 잘 감시합시다. 행정수도 반대했던 사람(이 전 시장을 겨냥)이 참여정부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말했다는데 이분은 균형발전 옆에 오면 안 된다.

삽도 안 뜬 사업을 실패라고 깎아내리는 심보는 무엇인가. '경제 대통령'은 공약이 아니라 미사여구다. 대운하 같은데 돈 쓰지 말고 용산기지 이전에 써야 한다.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는 제가 2000년 해수부 장관 시절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사안이다.

◆"한나라당 정체성은 수구"=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니 좀 끔찍하다. 한나라당은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고, 반대하고 흔들지 않는 정책이 없다. 그러다 슬그머니 물러서 찬성표를 던진다. 한나라당은 전략은 없어도 수구.보수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선심성 정책은 팍팍 내놓는데 부동산과 주택정책은 끊임없이 흔들었다. 혹시 (한나라당에) 아는 분 있으면 우리 책(청와대가 발행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민국') 한 권씩 사서 선물하세요. 공천 헌금 예방을 위한 정책은 한나라당이 내놔야 하지 않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지역주의 강화되고, 부패 정치, 낡은 정치 되살아날 것이다.(한나라당 후보들은 참여정부가) 책 많이 써 놓았으니 (우리 정책을) 그냥 베껴 가라.

◆"여권서 화살 거꾸로 겨눠"=열린우리당이 언론과 야당의 부당한 공세에 제대로 대응해 주면 왜 이런 조직(참평포럼)을 만들겠는가. 여권 안에서도 차별화를 전략으로 삼고 화살을 거꾸로 겨누는 사람이 있어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만들었다.

남의 일에 시비 걸지 말고 자기 할 일이나 똑바로 해 주기 바란다.(열린우리당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을 겨냥해) 장관을 지내고 나가서 오로지 대선 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 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지지가 낮아서 차별화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면 지지도가 그때보다는 조금 올랐으니까 다시 와서 줄 서야 되는 거 아닌가? 백 번 양보해도 손학규씨가 왜 여권인가. 정부에 대한 모독이다. 민주노동당도 투쟁에는 강하지만 창조적인 정책에는 너무 약한 것 같다.

◆"대선서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민주세력의 당면 과제는 대선에서 일대일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후보 단일화와 합당이 있지만 후유증 없는 방안을 선택하는 게 낫다. 지금도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려는 사람들은 외통수 전략이다. 매우 위험하다. 당의 통합은 어려운 얘기다.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깨거나 탈당하면 반칙이다.

◆"참여정부 성과는 주가를 보라"=참여정부는 어떤 위기나 부담도 다음 정부에 넘기지 않는다. 참여정부는 원칙을 붙들고 바위처럼 버텼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반대하며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하던 분들 지금 다 어디로 갔나. 참여정부는 20년, 30년 넘은 과제를 다 해결했다.

항만노무 공급 체계는 세계 어느 정부도 해결 못한 백 년이 넘는 꼴통 과제인데 참여정부가 해결했다. 정부의 정책 성과는 주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요즘 주가가 뜨고 있는데) 주식 가격은 정책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차 발생할 성과를 앞당겨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해관계를 셈하지 않는) 바보 전략으로 성공했다. 가까운 이익보다 멀리 떨어진 대의가 이익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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