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m 목선 타고 850㎞ 떨어진 일본으로 탈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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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4명이 나무로 만든 소형 배를 타고 2일 오전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후카우라(深浦) 해안에 도착했다. 일본 당국의 조사에서 "지난달 27일 청진항을 떠났다"고 말한 이들은 한국행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탈북자가 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것은 1987년 후쿠이(福井)현에 도착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고 싶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던 김만철씨 일가족 12명 이후 20년 만이다. 어부 일가족으로 보이는 이들 북한인은 60대 초반과 50대 후반 남녀 및 20대 후반 내지 3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애초 한국에 가려 했으나 국경 부근의 경비가 엄격해 일본의 니가타로 방향을 바꿨다"고 진술했다. 북한을 탈출한 동기에 대해서는 "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했으며, 이들은 배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독약이 든 병도 준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과 후카우라 항은 직선거리로 850㎞가량 떨어져 있다. 일가족은 길이 7.3m에 구형 모터가 장착된 나무 배를 타고 일본 해안에 도착한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아오모리현 경찰은 일단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 입국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출입국관리 당국에 신병을 인도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의 한국행 허용 여부를 놓고 관련 기관과 협의한 뒤 신병 처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행 의사가 확인되면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한국행 절차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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