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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캠퍼스의 특별함 컴퓨터로 창조할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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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제적으로 이름난 건축가들 발걸음이 일본과 중국을 지나 한국에까지 미치면서 우리 땅에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 잇따라 솟아나고 있다. 하지만 건축계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건축가들을 불러다 그 스타일을 판박이하는 명품 이식형 건축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는 중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화여대가 대강당 앞 광장과 운동장 지하에 2만 평 크기로 조성할'이화 캠퍼스 센터(ECC)' 신축에 새로운 건축 흐름을 이끄는 건축가 세 팀을 지명 공모한 사실은 신선하다. 대학에서 국제설계경기를 여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세계인이 찾는 한국의 대표적 건축 자산'을 만든다는 현상 공모 목표가 건축계 안팎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대가 초청한 건축가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공간 구축으로 유명한 이라크 여성건축가 자하 하디드(53), 파리 국립도서관 설계자인 도미니크 페로(50), 요코하마 페리 터미널 현상안 당선작으로 화제를 모은 부부 건축가 그룹 'FOA(Foreign Office Architects)'다. 세 팀 모두 내년 1월 말까지인 설계안 마감을 앞두고 신축 현장을 다녀가는 등 설계에 강한 의욕을 드러내 2월에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인 이번 공모전이 국제 건축계에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지난 주말 한국을 찾은 'FOA'의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40)는 세 팀 중 가장 젊은 세대 건축가로 부인 파시드 무사비(38)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 변화하는 현대 도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독창적인 설계안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알레한드로는 "자기 건축 양식을 이곳 저곳에 복제해다 박는 구세대 저명 건축가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말로 21세기 신진 건축가 그룹이 지향하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에는 두 가지 건축관뿐이었죠. 건축가의 생각과 이성으로 특유의 건축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 자연 형상을 모사하거나 자연을 건축물에 끌고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해 줄 수 있는 도구가 있죠. 컴퓨터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컴퓨터를 통해 종합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감수성이 솟아납니다. 도구가 주는 힘이죠. 15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가능성이 건축 세계에 열렸습니다."

그는 "이번 이화 프로젝트도 지하공간에 교육시설을 세운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 특별한 조건을 헤쳐나갈 수 있는 타개책을 컴퓨터와 함께 찾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있는 세계의 건축가들은 이 지역을 단지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건축계에서 아시아적 성격을 수용하며 새 물결, 새로운 건축 지향점을 찾아가려는 도전의 땅으로 찾아오죠. 지구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느끼며 그 지역에 맞는 건축을 시험합니다."

글=정재숙,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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