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에 정치권외풍 사라져야”/「9·18」이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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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무원들 「관료중립화」 정착 기대/“인사나 예산개입 부작용 줄여/독립·전문성 가속화 촉진”
민자당 탈당과 중립선거 내각 구성을 선언한 노태우대통령의 「9·18결단」이후 몸살을 앓고 있는 공직자사회에서 정치로부터의 독립,관료체제의 정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번 결단으로 우선 선거에서의 「여당 프리미엄」이 제거됨으로써 행정부의 선거관리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행정의 독립성·전문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고위직까지도 전문관료가 임명되는 직업공무원제도가 정착되는 등 「행정의 선진화」가 촉진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당장은 선거관리내각 체제에서 일시적이나마 여당 부재에 따른 당정협조의 어려움과 고급관리들의 눈치보기로 행정력에 공백이 올 수도 있으나 정치권의 의지,공직사회 자체내의 자정 노력·기강확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관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선거관리 주무부처인 내무부의 한 국장은 『대통령의 이번 결단은 여당후보와의 갈등설 등 배경이야 어떻든 정부의 위상에 일대변혁을 가져올 혁명적인 조치』라 평가하고 『중립내각의 선거관리를 통해 탄생한 새 정부와 여당도 종전과 같은 관계로 완전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번 조치가 정치의 민주화는 물론 행정·관료조직의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우선 지금까지 부작용으로 지적돼온 ▲전문위원제를 통한 여당·정부부처간의 고위공직자 교류 ▲지방관리 인사에 대한 여당지역구의원의 개입 ▲지방사업·예산에 대한 의원의 영향력 행사 등이 불가능해져 행정이 정치로부터 독립되는 효과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정치로부터의 행정 독립은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 온 검찰·경찰의 실질적인 중립화라는 과제의 해결과도 맞물려 있어 이 문제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공무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또 행정부 입장에서는 여당을 방패막이로 한 행정편의주의 틀을 벗지 않을 수 없게 돼 행정의 전문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행정부는 각종 정책의 입안·결정·시행과정에서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도 설득해야 하므로 공무원들의 자질향상,행정의 전문화가 촉진될 수 밖에 없으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정치적 이유 등에 의한 나눠먹기식이나 논공행상으로 이루어진 장·차관인사 관행도 개선될 것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정부 변화는 곧 선진국형 관료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며 「9·18결단」이 이를 위한 공무원조직의 의식전환과 실천적 노력이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리는 『이번 결단을 행정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선 당장 내각체제 변화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는 부처이기주의 심화 등 갈등요인과 무사안일을 경계해야 한다』며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눈치보기가 우려되는 만큼 지도층의 자각,기강의 엄정한 확립 등 흔들리지 않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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