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당사자와 유착 부장판사 중징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건 당사자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중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는 사법부가 자체 감찰을 통해 고위 법관을 중징계한 첫 사례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1일 다른 사람의 법적 분쟁에 부적절하게 관여한 이유로 서울 근교에 있는 모 지방법원의 A 부장판사에 대해 정직 10개월의 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직 10개월은 법관이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최고 수준의 징계에 해당한다.

징계위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모 회사 대주주 B씨로부터 주식 및 경영권 양도 계약 이행 중에 발생한 분쟁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관련 서류도 검토했다. 그런데도 A 판사는 B씨가 이와 관련해 제기한 가처분신청 사건의 재판을 자신이 직접 맡아 진행했다. 또 재판을 전후해 B씨와 수차례 만나거나 전화 통화도 했다. 해당 사건은 B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A 판사는 또 지난해 하반기 B씨가 제기한 또 다른 소송에 대해서도 해당 재판장에게 B씨의 입장을 대신 전달해 주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법원의 내부 감찰을 통해 밝혀졌고 해당 법원장은 A판사에 대한 징계를 대법원에 요청했다. 법관윤리강령에 따르면 법관은 재판 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당사자 등과 법정 이외의 장소에서 면담 또는 접촉할 수 없다. 또 타인의 법적 분쟁에 관여하거나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