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영통사 성지순례 '산 넘어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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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개성시 인근에 있는 영통사. 대각국사 의천이 천태종을 창시한 사찰이어서 남측 천태종엔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16세기에 소실됐던 사찰을 2005년 10월 남북이 공동 복원했다. 전체 6만여㎡이고, 모두 29채의 전각이 있다. 천태종은 6월 중 세 차례에 걸쳐 영통사 성지 순례 시범사업을 벌인다. 영통사=안성규 기자

개성 영통사(靈通寺)는 고려 918년 세워진 뒤 대각국사 의천(1055~1101년)이 천태종을 개찰한 곳이어서 남측 천태종에는 성지(聖地)다. 이 사찰은 16세기에 불타 흔적만 남았지만 천태종이 비용을 대 2005년 10월 남북이 공동으로 복원했다.

천태종은 남측 신도의 영통사 순례에 대해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와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6월 8일부터는 세 차례에 걸쳐 2000명의 시범 순례단을 보내기로 했다. 29일에는 사전 답사도 했다. 하지만 영통사가 요즘 '남북 당국 힘겨루기'의 장이 되고 있다.

우선 개성 관광과의 관계 때문이다. 29일 북측 민화협 이창덕 협력부장은 "영통사에 온 신도들에게 개성을 조금 보여줄 계획"이라며 "더 이상의 개성 관광은 없다"고 했다. 천태종에 대한 '약간의 관광' 외에는 앞으로 개성관광에 대해 현대 아산, 롯데 관광과 어떤 논의도 않겠다는 것이다. 개성 관광 독점권을 주장해온 현대 아산이 이에 반발하고 '개성 관광 논의는 현대와 해야 한다'는 통일부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영통사 순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순례비도 문제다. 북측은 100달러를 요구한다. 천태종 측은 수용 쪽이지만 통일부는 '50달러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개성 영통사=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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