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에 싣는 74세 노장의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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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에게도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인데, 아직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무대가 되겠군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김주영(37)씨는 다음달 5일 열리는 타마슈 바샤리(74.사진)가 내한 독주회에서 연주할 곡들을 훑어보고 이렇게 풀이했다.

바샤리는 쇼팽의 24개 전주곡 전곡을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 이후에 연주한다. 보통 45분 정도가 걸리는 긴 연주다. 전반부에는 쇼팽의 환상 폴로네이즈, 발라드 3번, 마주르카 세 곡 등 쇼팽만 7개 곡이 더 들어가 있다. 쇼팽 전문 연주자라는 명성을 확인시켜주는 선곡이다.

이날 호암아트홀에서 오후8시 시작하는 바샤리의 독주회는 2시간 정도 진행된다. 다음날 오후5시에는 피아니스트 김대진(45) 씨와 슈베르트 곡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70세를 넘긴 노장의 강행군이다.

김대진 씨는 "바샤리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밤에라도 리허설을 하자'고 요청해 시간을 잡았다"며 "30세 차이로 나이는 선생님 뻘이지만 열정만큼은 청년인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그가 전례없이 방대한 프로그램을 선정한 데 대해서도 "바샤리 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규모의 연주회"라고 평가했다.

바샤리는 "요가로 체력을 다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LP가 2000원쯤 하던 시절에 바샤리의 쇼팽 연주곡을 듣던 올드팬들은 그의 첫 내한공연 소식을 반기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는 "1970~80년대 한국의 음악애호가 치고 쇼팽을 바샤리의 연주로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쇼팽=바샤리'라는 등식이 오랫동안 존재했다"고 그의 연주를 반겼다.

김대진 씨도 "중학교 때부터 바샤리의 쇼팽을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바샤리의 연주는 쇼팽의 섬세한 감수성을 그대로 전한다는 평을 듣고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독주회를 열기 시작한 그는 쇼팽 전집 앨범 등을 내놓으며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그는 피아노 음반을 녹음하지 않았다. 영국의 노던 신포니아에서 시작해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등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서는 데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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