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Blog] 떴다 ! 전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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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기뻐했던 것은 충무로와 영화팬만이 아니었다. 주식시장도 반색했다. 이른바 '전도연 주가'다. 전도연이 속해 있는 연예기획사 IHQ의 주가는 28일부터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4960원에서 29일엔 5480원까지 올랐다. 이틀간 주가 상승률은 10%가 넘는다.30일에는 5100원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실적부진으로 고민하던 IHQ로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충무로에선 IHQ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화사가 실적부진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충무로의 대표적 제작.배급사 13곳은 모두 합쳐 1400억원대의 손실을 봤다.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아마도 역대 최악일 것이다. 업계 1위라는 CJ엔터테인먼트가 영화사업 진출 이후 최대 순손실(-265억)을 냈고, 강우석 감독이 이끄는 시네마서비스(-85억원)도 적자였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381억원).튜브픽쳐스(-365억원).팝콘필름(-250억원,도너츠미디어로 이름 바꿈).쇼이스트(-156억원) 등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돈을 번 곳은 '괴물'의 배급사인 쇼박스(39억원)와 제작사인 청어람(77억원), '가문의 부활'의 태원엔터테인먼트(14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달 중순 상장 영화사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흑자였던 쇼박스는 3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프라임(-57억원).튜브(-15억원).도너츠(-34억원) 등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충무로의 실적 악화는 두 말 할 필요없이 한국영화의 잇따른 흥행 실패 때문이다. 올 들어 40여 편이 개봉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그놈 목소리'(325만명), '1번가의 기적'(274만명), '극락도 살인사건'(226만명)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 '황진이'(6월 6일),'화려한 휴가'(7월 말) 등이 개봉 대기 중이지만 흥행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도연의 수상이란 큰 경사에도 충무로가 마냥 축하의 샴페인을 터트릴 수 없는 이유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이라면 전도연의 수상 이후 '밀양'의 예매율이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다. '밀양'은 23일 개봉해 수상 발표 직전인 27일까지 닷새간 관객 35만 명을 기록해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이번 주에는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칸영화제 수상이 흥행에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인간의 구원이란 묵직한 주제를 다룬 '밀양'이 과연 칸의 특수를 탈 수 있을지, 그리고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돌리는 데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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