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쟁점사항 “팽팽한 대립”/합의시한 넘기는 양측 군사분과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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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측 주한미군 철수 효과 노려/이견 못좁혀 공동위로 넘길듯
정치분과위와 함께 남북간의 협의에서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군사분과위가 5일 세번째 전체회의를 계기로 마지막 고비를 맞고 있다.
군사분과위는 전체회의에서도 위원장 접촉,위원접촉 등 개별접촉을 가졌지만 그동안 합의된 것이라고는 부속합의서의 ▲제목 ▲전문 ▲4개장 ▲8개조뿐이고 아직 14개조가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남측은 북측이 제시한 ▲군사분계선 일대 무력증강 금지조항(북측안 제1조) ▲상대방의 정찰활동 금지조항(제4조) ▲영해·영공에 대한 봉쇄금지 및 제3국 선박에 대한 공격금지 조항(제5조) ▲외국의 침략에 대한 불지원·불가담 의무조항(제6조) 등을 문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
남측은 그 근거로 「DMZ일대 무력증강금지」는 단계적 군축과 관계된 것으로 군사공동위에서 다룰 문제며 「정찰활동금지」는 어떤 조약이나 합의와도 관계없이 행사할 수 있는 정당한 자위수단으로 일단 신뢰가 구축되고 나면 상대방의 영공까지도 개방하는 것이 관례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북측은 자체방위를 위한 정찰활동을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남측은 또 「제3국으로부터 침략받았을 경우 각기 자기우방으로부터 원조나 지원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북측주장은 한미방위조약을 깨겠다는 것인데 이는 남북합의서와 기존 국제협약은 별개 사안이며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요컨대 북측은 주한미군 철수 등 그들의 주장을 계속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북측은 남측안 가운데 네가지 조항,즉 ▲수도권에 대한 안보조치인정(제5조) ▲긴급피난 허용(제7조) ▲관할구역 침범시 계속추적권 인정(제8조) ▲합의서와 국제협약은 별개로 한다(제9조)는 등의 조문에 대해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북측의 이같은 4개조항 철폐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남측은 ▲수도권 안전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해서는 안되고 ▲불가피한 사고로 북측 관할구역에 긴급대피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없으며 ▲북측의 침범에 대해 계속 추적권을 행사할 수 없고 ▲합의서 이외에 어떤 국제협약도 효력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이같은 쟁점조항은 쌍방이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어서 최후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남측은 앞으로의 협상과정에서 쌍방간 쟁점조항을 서로 동시에 삭제하거나,아니면 이를 공식 거론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그것도 안되면 아예 공동위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북측도 그런 시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미합의의 합의」로 넘어가고 공동위에서 재론하자는 방식이다.
이처럼 남북이 몇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첨예한 이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접촉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다.
남측 박용옥위원장은 『회담초기,북측은 「신뢰」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으나 최근에 와서 스스로 그 필요성을 인식할만큼 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회담의 의미를 평가했다.
그는 『북측도 조만간 빨리 매듭짓고 싶어 한다』면서 북측이 어떤 형태로든 이를 타결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면서 쟁점조항들에 대한 부분수정이라도 수용되면 8차 고위급회담에서 이를 문서화하는 선에서 극적 타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럴 경우 남북한은 오는 10월중 군사공동위를 가동,비로소 군축문제 등 실질적인 군사현안을 다루게 될 것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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