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프/리/즘 - 뮤지컬 강국 자랑하려면 전용극장 늘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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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한민국은 뮤지컬의 바다라고 할 만큼 다양한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 한동안 중대형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다가 2000년대 들어 소극장을 중심으로 로맨틱 코미디가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훨씬 다양한 소재로 공연장이 활기를 띠면서 관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1966년 한국 뮤지컬의 효시라 할 수 있는‘살짜기 옵서예’이후 70년대 현대극단의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 80년대 중형 뮤지컬로 새바람을 일으킨 민중·대중·광장 세 극단이 합동 공연한 ‘아가씨와 건달들’로 뮤지컬은 대중과 친숙해졌다.
시립가무단(현 서울시뮤지컬단)과 서울예술단, 더불어 90년대 또 다른 민간단체인 에이콤·신시·오디뮤지컬 컴퍼니 등 전문적인 뮤지컬 프로덕션이 생기면서 한국의 뮤지컬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2년 총제작비 120억원, 총 매출액 190억원, 유료 객석 점유율 94%의 놀라운 수치를 기록한 ‘오페라 유령’은 뮤지컬 산업화 및 전문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93년 뮤지컬협회의 발족으로 10월 26일이 뮤지컬의 날로 제정되었다. 94년 스포츠 조선의‘뮤지컬 대상’, 2006년 중앙일보의 ‘더 뮤지컬 어워드’는 뮤지컬의 활성화와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아울러 뮤지컬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로써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뮤지컬 강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좀더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뮤지컬 전용극장과 진정한 뮤지컬 전문 극작가의 출현이다. 이제는 양적 팽창에 머물지 말고 창작뮤지컬을 통해 실속을 챙겨야 한다. 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될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바람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 배우와 전문 스태프도 상당수 배출되었다. 그러나 국내엔 뮤지컬 전용극장이 드물어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창작자 그룹, 그 중에서 기본 골격을 이루는 텍스트의 개발이 미약해 한계가 있다.
뮤지컬 스크립터는 일단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 즉 뮤지컬 음악과 무대 메커니즘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타 장르보다도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 관련 학과에서 커리큘럼을 갖추고 뮤지컬 극작가(스크립터)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더불어 작사가와 작곡가 그룹의 육성책이 절실하다.
거기에 전용극장이 몇 개 생긴다면 한국은 명실공히 뮤지컬의 강국으로 확실하게 발돋움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바람직한 뮤지컬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유 희 성(서울시뮤지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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