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버리는 산업폐기물/수도권/조건 까다로워 김포반입 기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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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밤 야산·하천에다 “슬쩍”/10여건 적발/하루 3천여t 행방 아리송
일반쓰레기 및 일반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김포매립장 가동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지역 야산·하천 등에는 여전히 산업폐기물이 불법매립되고 있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지역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은 하루 평균 4천5백여t에 이르고 있으나 김포매립장에 반입되는 것은 1천5백여t에 그치고 있어 나머지 3천여t중 공장마당에 야적되는 것 외의 상당량이 한밤중을 이용,인적이 드문 야산·하천 등에 마구 버려지고 있어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지역 15개 폐기물 처리업체들은 김포매립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위생처리된 트레일러 박스(덮개가 있는 운반차)가 장착된 특수차량을 제작,등록해야 하는 등 반입조건이 까다롭다는 이유를 들어 이용을 기피해 김포매립장 수용능력이 충분한데도 폐기물 불법매립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불법매립=지역주민 반대로 폐기물 반입이 중단됐던 김포매립장에 반입이 허용된 지난 6월20일이후 수도권지역에서 적발된 폐기물 불법매립 건수는 총 10여건.
지난 1일 오전 2시20분쯤 (주)금오덤프트럭 소속기사 윤만수씨(34) 등 3명이 (주)대한펄프공장측이 처리를 위탁한 폐슬러지를 경기도 파주군 광탄면 영장2리 야산 계곡에 버리려다 주민들에게 적발됐다.
주민들은 이에 앞서 8월초쯤 이곳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산업폐기물이 너비 1백평방m·길이 10m 정도 규모로 쌓여있는 것을 발견,자체감시단을 구성해 감시하다 윤씨 등을 적발했다. 또 지난달 24일 오후 9시쯤 폐기물처리업체인 (주)동양환경측이 경기도 고양시 식사동 54 부근 야산에 피혁 찌꺼기 80여t을 버렸다가 적발됐으며,경기도 양주군 남면 경신리입구 도로에도 부근 염색공장인 경신섬유측이 버릴 곳이 없어 쌓아놓은 폐기물 40여t이 비닐로 덮인채 방치되어 있다.
경기도 안산시 팔곡동 (주)화성제지도 지난달 28일 자정께 산업폐기물 1백여t을 마사토로 위장,지난 7월20일부터 쓰레기 매립이 중단된 서울 난지도 매립장부근에 버린 사실이 드러나 고발당했다.
◇김포매립장 이용 기피=김포매립장측은 폐기물 반입 반대농성을 벌여 매립장 주변 주민들과의 합의에 따라 폐기물은 반드시 위생처리 박스가 장착된 특수차량으로만 수송하고 엄격한 검사를 실시,수분 함량이 85%미만인 폐기물만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지역 15개 폐기물처리업체중 일부 영세업체들은 위생처리 박스의 개당 제작비용이 4백만원씩 드는데다 제작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제작을 기피,이들 회사가 보유한 3백여대 차량중 위생처리 박스가 장착된 차량은 1백여대에 그치고 있어 이를 갖추지 못한 업체는 폐기물 운반을 사양하거나 한밤중을 이용해 하천·야산 등에 마구 버리고 있다.<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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