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버지도 일본인이라 한다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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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일류 행정가 출신다웠다. 화제가 정책 분야로 옮겨가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목소리에 탄력이 더 붙었다. 그는 의자를 바짝 책상으로 당겨 앉았다.
◇부동산=당선되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아예 메모지에 직접 노트하며 답변을 시작했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조세 정책에 두 가지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율을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급격하게 올렸다”는 것과 “급격히 상승되는 세금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이 생기는데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그래서 내가 1가구 장기 주택을 가진 사람이라든가 나중에 또 은퇴자 중에 예외를 두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동산 정책의 개요를 이렇게 설명했다.

“주택정책은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보지요. 나는 집 없는 사람에게 1가구 1주택을 적정 가격으로 준다는 것은 복지적 측면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봐요. 너무 (형편이) 어려워 집을 사지 못하는 사람에겐 장기 임대 아파트를 주든지 적절한 가격으로 집을 줄 수 있든지 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적절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해 줘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보는 거지요. 보육료 대준다고 아이 낳는 거 아니잖아요. 보금자리가 있어야죠. 그렇다고 공짜로 주자는 것도 아니고 실비로 주자는 거지요. 그리고 집을 가졌지만 더 좋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사람은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도 됩니다. 적절한 과세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한반도 대운하=자신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토목공사다, 환경을 파괴한다,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데 이 세 가지 전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선 “물길을 트더라도 굳이 토목공사라고 말은 붙이지만 그 포션은 얼마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토목공사라고 말할 수 없는 매우 친환경적이고 국토가 효율성이 생기는 종합적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수가 나고 갈수기에 물이 없어져 오는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 복원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송해야 할 물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고속도로 만들 때도 그랬지만 인프라를 정부가 공급하면 수요가 창출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특히 “운하 주위에 벨트가 생겨 신산업과 문화산업이 들어오고 관광사업이 되니까 운하를 놓고 더 큰 사업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유럽도 2003년에 미래에 운하를 더 만드는 마르코폴로라는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당선되면 반대가 있더라도 임기 내에 운하를 건설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덮어놓고 한다기보다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래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답변은 이랬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아무리 좋은 사업도 국민에게 뜻을 올바르게 전해 국민이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죠.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하려면 국민에게 긍정적 측면을 알려야 되겠죠. 알려서 국민이 야 좋다, 빨리 하자 이렇게 돼야겠죠. 청계천하고 똑같은 과정이죠. 지금부터 하는 과정이 그런 과정 아니에요? 분명히 쓰셔야 할 것은 세계 최고의 (운하 관련) 민간회사인 DHV와 네덜란드 정부가 왜 이런 좋은 조건에서 운하를 안 할까 이런 질문을 이번에 했지 않아요. 그 과정도 국민을 납득시키는 과정이에요. 지금부터 하면 시간이 단축될 거 아닙니까.”

◇기타=인터뷰 말미에 “책 『어머니』에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괴담에 심정이 참담하다고 쓰셨지요”라고 물었다. 이 전 시장은 곧바로 “요즘은 아버지도 일본 아버지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우리 어머니를 뭐 일본 여자다 뭐다 이렇게 모독하는 것은 참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우리 어머니가 대구 경산 사람이니까 거기 아직도 사촌 동생도 살아 있고 다들 살아 계시는데”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비록 가난하게 사셨고 배운 건 없지만 내가 오늘이 있다면 어머니의 훌륭한 삶의 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난데없이 일본 사람이다 뭐다 하는 것은 너무 좀 유치하다 할 수 있고,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유치한 정치공작이라고 할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난 처음엔 웃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존재하는 건데 자꾸 덧칠하려고 하고 정치적으로 덧칠하는 데 대해선 해명할 가치도 없고 응대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직자보다 민간 기업의 검증이 훨씬 엄격했다는 이전의 발언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는 “재벌의 대기업 CEO는 문제가 있으면 임기 중에 바꾼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부동산 투기나 하러 다니고 다른 수입이 생길 수 있는 그런데 기웃한다면 대기업 CEO 자리엔 가지도 못합니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해임이에요. 임기가 되면. 그게 얼마나 엄격한 검증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죠. 확고하고 투명한 신뢰를 주지 않으면 CEO가 될 수 없지요. 최장수 CEO가 될 수 없지요. 그런 대기업은 존재도 안 하지요.” 그러면서 이 전 시장은 “그렇다고 검증 안 받겠다는 게 아니고 검증 열심히 받겠다는 거지요”라고 덧붙였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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