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 학교 “눈물의 수업”/대만대사관 문닫고 「울분」 토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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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중 수교하던 날
한중수교가 이뤄진 24일 서울 명동2가 중화민국 대사관은 대사관 정문을 굳게 걸어잠근채 대만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대만대사관측은 오전 9시15분쯤 직원 1명이 나와 대사관앞에서 비자발급을 기다리던 사람들과 취재진에 『오늘은 비자업무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뒤 문을 닫아버렸으며 『대만을 경유해 동남아로 가기로 돼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하는 외국인 10여명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으니 전화로 문의하라』며 짜증스럽게 응답했다.
대만대사관은 오후 4시 대만국기인 청천백일기를 내릴 예정이며 김수기대만대사는 오후 6시30분 대만행 마지막 비행기로 출국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23일 오후 7시30분 대사관 2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사고별연에는 화교 1백여명이 참석,한중수교의 부당성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사관옆에 있는 한성화교학교(국민학교)는 오전 9시에 수업이 정상적으로 시작됐으나 교무실에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중수교가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으며 일부 교사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한성화교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침마다 대만 국가를 부르게 하는 등 국적 교육을 강조해 왔는데 국적이 바뀔 경우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교육시켜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전 8시40분쯤에는 화교 김태승씨(50)가 『한중수교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한국과 대만은 앞으로도 계속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대사관을 다른 장소로 옮겨서라도 업무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사관정문에 붙였으나 중부서파견 경찰관들에 의해 곧바로 철거됐다.
한편 대만측은 대사관부지안에 있는 손문·장개석 동상을 철거,대만으로 옮길 계획이지만 정확한 철거일자는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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