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 잘고르면 수익 짭짤/불황속 36개종목 50%이상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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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형주보다 내실중심 투자가 주효
증시침체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달초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무너지자 주식투자자뿐 아니라 당국과 정치권 등 온나라가 주식시장 때문에 난리다.
지난 3년반동안 지루하게 계속된 장기침체속에 대다수의 주식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았던게 사실이다. 올해만 해도 종합주가지수는 20일 동가를 기준으로 연초대비 25%나 곤두박질쳤다. 89년 4월1일의 사상최고지수 1천7.77과 비교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이니 위기감이 팽배해질만도 하다.
그러나 곰곰 살펴보면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이 그렇다해서 모든 종목이 다 내린 것은 아니다. 많다고는 할 수 없어도 상당수 종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중에는 세배 가까이 폭등한 종목도 있다.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장세를 비관만 할게 아니라 종목을 잘 고르면 아직도 짭짤한 이익을 남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주식투자는 흔히 「미인투표」에 비유된다. 「미인」의 절대적인 기준은 물론 없지만 다수가 미인이라고 하면 미인이 되는 것이다. 비록 시장상황이 안좋아 「미인종목」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미인은 존재하며 나름대로 「유행」이 있어 판단기준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어떤 종목들이 어떤 기준에 의해 미인으로 떠오르고 있는지 살펴보자.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증시불황의 와중에서도 36개 종목이 50%이상 급등세를 나타냈다. 1백%이상 오른 종목도 7개나 되는데 특히 대한화섬(2백83.72%),대유통상(2백2.73%)은 2배가 넘게 올랐다. 상승률 상위 30개 종목을 보면 대개 대형주는 아니지만 기업내용이 탄탄한 종목이 대부분이다.<표참조>
몸이 무거운 대형주들은 아무래도 탄력이 적은데다 시장전체의 흐름에 이끌려가게 마련이라 맥을 못춘 것으로 분석된다.
내실좋은 종목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불황기에서는 지극히 정석적인 투자패턴으로 볼 수 있다. 지금처럼 기업도산이 속출하는 경기침체기에는 보수적인 투자심리가 자리잡는게 당연하며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이익(EPS) 등 내재가치를 따지는 지표들이 투자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기업경영 리스크가 큰 시기이니만큼 성장성보다 안정성이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게 되는 것이다.
대한화섬·태광산업·제일물산·한농·동방아그로·남영나이론 등 상승률 상위 30위중 반수이상 종목이 상장기업중 최상위수준의 내재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급등이전에도 절대 주가수준이 다른 종목보다 높았는데 주식의 가격대가 높으면 투자수익률을 높이는데 불리하다는 막연한 기존관념이 틀리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실적호전종목도 여전히 인기있는 「미인」이다. 액면가(5천원) 근처에서 헤매던 공성통신전자·조광피혁·빙그레 등은 부진했던 영업이 대폭 호전되자 급등한 케이스다. 이밖에 동신제약(신약개발)·한진해운(LNG선 운영선사로 선정) 등 대형호재가 작용한 종목이나 특별이익이 생긴 종목 등도 있었다. 그러나 종전과 달리 특별한 요인없이 매집설 등으로 이상급등한 종목은 별로 없었다.
결국 주가급등종목의 면면을 보면 최근의 증시상황에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속내용과 실적을 중시한 정석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승산을 좀더 높이는 길임을 알 수 있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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