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임단협 파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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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민주노총이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임금 인상을 연동해 요구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사업주에게 원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인상뿐 아니라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안도 제시하고, 이로 인한 하청업체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해 납품 단가를 올리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금융권 노조가 비정규 직원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데 이어 나온 것으로 내년도 임단협 과정에서 비정규직 보호 문제로 노사 갈등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산하 연맹.지역본부 정책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04 사업계획수립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방침에 잠정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는 사실상 같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노동자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그동안 대기업 노조 중심의 과도한 임금이 실질적으로는 하청업체에 전가된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우선 사용자 측의 반대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노동계의 요구대로 되면 당장 인건비와 제품 단가가 크게 오르게 된다.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단가 인상은 업체와 업체 간의 문제로 경영권에 해당하고, 임금은 개별 사업장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연동하겠다는 것은 대기업 노조가 하청업체와 연대체제를 구축해 그동안 대기업 노조에 쏟아지던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잠재우는 한편 힘은 더 키우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일선 사업장 노조가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비정규직의 임금과 연동하려면 결국은 정규직의 임금 등을 비정규직에게 떼내 주는 나눠먹기가 돼야 하는데 이를 정규직 노조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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