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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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렁이 떡밥 고추씨
저마다 그리운 것들을 찌 삼아 던져 보는
신 새벽의 여름 낚시터
예당저수지는 저절로 여기 이 사람들의
임시 낙원이 된다
멀리 좀더 멀리 팔을 뻗쳐 던져보는
백 번쯤 천 번쯤 다시 시작하는
인생 설계도 속량의 무게도 무정하게
무정하게 물안개 속으로 숨어버릴 뿐
한낮이 되도록 빈손이구나
그래도 저수지의 밤풍경은
옆 동네 그 옆 동네의 또 다른 세상이
무허가로 펼쳐지는 작은 공화국
조금 씩 조금 씩 어둠을 보트를 밀어
자기 땅을 넓혀 가는 보트 족들
아 우리는 하루의 어디 쯤에서
남은 날의 어디 쯤에서 싱싱한
물고기가 될 수 있을까 싱싱한
바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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