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 쌀 40만t 지원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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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이달 말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쌀 40만t(수송비 포함, 1649억원 상당)의 북송을 늦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올 2월 6자회담에서 핵 폐기를 약속(2.13 합의)하고도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24일 "지난달 남북경제협력추진위 13차 회의에서 북한과 쌀 차관 제공에 합의하면서 2.13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북측에 전달했다"며 "현재 쌀 구매나 운송선박 계약 등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북핵 해결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국민 세금을 쏟아 붓는 대북 지원과 경협사업을 강행할 경우 여론의 비판에 부닥칠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쌀 지원 유보를 이유로 29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2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불참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는 24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북남 협력사업을 핵 문제와 연관시키고 누구의 개혁.개방까지 들먹이며 불순한 정치 목적에 이용하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당국자는 "북한 담화는 지난 17일 철도 시험운행에 대한 반응이지만 쌀 지원 유보에도 유사한 대응을 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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