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 우승했다, 복수도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리버풀을 꺾고 통산 일곱 번째 유럽챔피언스리그 챔피언에 오른 AC 밀란 선수들이 우승컵을 앞에 놓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아테네 AP=연합뉴스]

후반 44분, 리버풀의 더크 카이트가 헤딩슛으로 AC 밀란의 골문을 열었다. 리버풀은 1-2로 따라붙었고, 리버풀 팬들은 2년 전 '이스탄불의 기적'이 재현되기를 바라며 발을 굴렀다. 하지만 기적은 또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AC 밀란(이탈리아)이 리버풀(잉글랜드)을 누르고 2006~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밀란은 24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혼자 2골을 넣은 필리포 인차기(34.사진)의 활약으로 2-1로 이겼다. 밀란은 통산 일곱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품에 안아 통산 최다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9회)와의 격차를 줄였다. 200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결승전에서는 밀란이 전반을 3-0으로 앞서가다가 후반 9분, 11분, 15분 한 골씩을 허용해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져 우승컵을 리버풀에 넘겨줬다. 2년 전 패배를 깨끗이 되갚은 것이다.

경기 시작과 마지막에 '수퍼 피포(Super Pippo.필리포 인차기의 별명)'가 있었다. 한때 네덜란드의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로부터 '축구를 모르는 얼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인차기였지만 탁월한 공간 침투로 두 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4분, 아크 왼쪽에서 밀란이 프리킥을 얻었다. 안드레아 피를로가 킥을 하는 순간 리버풀 수비벽 옆에 서 있던 인차기가 몸을 돌려 골문 쪽으로 뛰쳐나갔다. 벽을 통과한 공은 인차기의 왼쪽 어깨를 맞고 방향이 바뀌며 리버풀의 골문 안으로 파고들었다. 경기 후 이 골에 대해 영국 언론은 "인차기의 손에 맞았다"며 흥분했다. "핸들링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운이 좋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인차기는 "우리는 이 패턴을 자주 훈련해 왔다"며 행운이 아니었음을 강변했지만 세트 피스를 연습하더라도 어깨로 골을 넣는 훈련을 하지는 않는다. 인차기의 약속된 움직임과 행운이 합쳐진 골이었다.

후반 37분 쐐기골은 깔끔한 작품이었다. 카카가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순간 인차기가 수비 세 명 사이로 쇄도하며 공을 받았고, 골키퍼 디다까지 제친 뒤 오른발로 공을 밀어넣었다. 결승전 MVP로 선정된 인차기는 "함께 뛴 선수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최대한 오래 이 유니폼을 입은 뒤 밀란에서 은퇴하고 싶다"며 감격해 했다.

정영재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5일자 25면 유럽챔피언스리그 'AC 밀란 우승했다, 복수도 했다' 기사 중 디다 골키퍼는 리버풀 소속이 아니라 AC 밀란 선수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