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열쇠공이 '퀴즈 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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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열쇠수리공이 방송사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 화제다.

21일 오전 방영된 KBS-1TV '퀴즈 대한민국'에서 이용석(52)씨가 직장인.대학생 등 다섯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퀴즈 영웅'이 됐다. 인터넷 예심→필기 예심→면접을 거쳐 녹화일(지난 16일)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3라운드의 퀴즈 경합을 펼친 李씨는 영어 문제에서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시종 일관 폭넓은 상식을 과시하며 우승, 3천7백25만원의 상금을 따냈다.

충남 예산에서 열쇠 수리점을 운영하는 李씨는 "퀴즈를 좋아해서 35년 전 KBS 라디오 '백만인의 퀴즈'를 비롯해 각종 퀴즈 프로를 빠짐없이 보고 들어온 퀴즈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올 봄엔 몇 차례의 도전 끝에 MBC '퀴즈가 좋다'에 출연했다가 주관식 첫 단계에서 아깝게 떨어지는 실패를 겪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후 신문에서 퀴즈에 나올 만한 문제를 뽑아 스크랩하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결국 '퀴즈왕'의 자리에 올랐다.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한 뒤 우체국 임시직.금속 공장 공원.탄광 광원 등 20여개가 넘는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온 李씨는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1998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99학번으로 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한 만학도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록 재래식 화장실이 딸린 스물세평 짜리나마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과 가게까지 갖고 웬만한 대기업 과장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살 만하다는 李씨. 그래도 여전히 집안의 가전제품이며 살림살이는 모조리 남이 버린 것을 수리해서 쓸 만큼 근검 절약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李씨는 "상금은 예산 지역의 소년소녀 가장 중 한명을 골라 성인이 돼 자립할 때까지 후원해주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TV를 통해 李씨의 활약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퀴즈 대한민국'의 게시판에 '퀴즈를 푸는 내내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우리 모두가 힘을 얻었다'는 등 격려의 글을 올렸다.

특히 李씨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2등 박혜순씨는 "떨어지고도 기분이 좋다. 이용석님의 인생의 향기가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며 축하글을 올렸고, 이에 李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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