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득실재며 「물밑작전」/“정치권 회오리”신당창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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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 동조이탈·정호용 가세 막기에 안간힘/민주 범여 분열 큰 기대/국민 「반양김 원군」쾌재
이종찬·한영수의원이 신당창당을 위해 탈당하면서 여야 3당은 신당출현의 가능성과 대선에 미칠 이해득실을 가늠해 보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자당은 이 의원의 탈당에 뒤이어 오유방·이영일위원장마저 뛰쳐나가자 당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이 의원 진영에 가담했던 인사들의 동조이탈을 막기 위해 당지도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김영구사무총장은 이 의원과 가까운 장경우의원과 수차례 접촉해 설득중이고 박범진·박명환의원 등에 대해서도 김덕룡의원 등이 밀착마크 하고 있다.
민자당은 또 이·한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무소속의 정호용의원이 가세하지 못하도록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다. 정 의원이 가담할 경우 현재 갈곳을 찾지못한 대구·경북지역의 유권자들에게 다소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신당이 중부권 대표세력을 자임할 경우 반YS 정서가 상당한 충청권 표까지 흔들리면 대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신당 동조세력을 극소화 하면서 정 의원의 입당을 견제구로 쓰고있다.
민주당은 신당이 「반양김」을 표방하고 있어 귀찮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민자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해가 적을 것으로 보고있다. 내심으로 신당추진 그룹이 민자당과 범여권 내부에 분탕질을 쳐주길 기대하고 있다.
탈당한 한영수의원이야 개인이미지나 세력이 보잘 것 없지만 이종찬의원에 만약 정호용의원까지 가세할 경우 민자당은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중대표로서는 김영삼민자당대표가 지난 6월말 이종찬의원을 눌러앉혀 놓고 뽐냈던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잔류번복으로 허리가 반쯤 부러진 이 의원이 힘을 못쓰게 된 것도 나쁘진 않지만 YS의 장악력에 손상이 간 것은 즐겁기조차 하다.
물론 민주당도 안심할 형편은 못된다. 신당에 솔깃해 넘어갈 의원들이 있을 수 있고 신당출현으로 「양김 혐오」에 불이라도 붙으면 지역성을 뺀 민주당의 응집력은 민자당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신당이 민주당을 흔드는 효과는 미미하다.
신당행을 굳힌 노승환 전의원이나 신당합류설이 나도는 박종태·이재근 전의원 정도는 개의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국민당은 신당출현을 우려보다는 일단 기대·관망하는 분위기다.
신당 역시 반양김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에 반양김 표에 승부를 걸고 있는 국민당으로서는 명분상 원군을 얻은 셈이다.
더욱이 신당에 참여할 이종찬·한영수의원이 각각 김영삼·김대중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주고 있고,신당합류설이 나돌던 양순직고문은 「불참」을 강력히 밝혀 느긋하기까지 하다.
국민당은 내심 신당파들이 반양김 통일전선을 위해 정주영후보 밑에 흡수되길 바라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정 대표가 18일 기자회견에서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후보양보」에 대해서는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일축한 것도 이같은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그러나 신당의 양김 비난은 정 대표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상대하지 않는 것 뿐이라는 점을 국민당 관계자들은 알고있다.<박보균·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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