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과연 새롭다 할게 뭔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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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종찬·한영수씨를 중심으로 한 신당추진 움직임이 대선정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을 끌고있다. 이들이 만들려는 신당의 성격이나 인적구성을 아직은 알 수 없어 평가하기는 이르다.
지금 정계의 현실을 보면 확실히 새로운 정당이 출현할 바탕은 넓고 풍부하다. 원내 교섭단체를 가진 기존 3당이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결같이 지지할 전당이 없다는 대답이 50%선,또는 그 이상에 이르고,정계의 두 주역이라 할 양김에 대한 지지율도 고작 50%에도 못미친다. 현 정치권의 정치력도 너무나 형편 없어 새 국회는 원구성조차 못하고 입법부 부재상태가 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우리나라에는 정치공백이 폭넓게 형성돼 있어 이 공백을 메울 제3의 정치세력,새로운 지도력의 등장은 불가피하고,또 갈망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한씨가 추진한다는 신당이 과연 이런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고 생명력 있는 정당이 되자면 기존정당과는 구별되는 몇가지 기준과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이·한씨와 동조자들은 무슨 기준으로 이합집산 하는지부터 밝히는게 필요하다. 몸담았던 당에서 세력을 잃고 입장이 궁해지자 탈당하고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또 하나의 「구당」을 추가하는 것 밖에 안된다. 이·한씨는 모두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했던 사람들인데 후보가 안되자 탈당해 새 당의 후보가 될 욕심으로 신당을 만든다면 더더구나 그런 신당은 거품정당,철새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한씨 등은 무슨 목적으로,어떤 정치를 하기 위해 신당을 만들려 하는지,다시 말해 이념과 노선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가 듣기에 이들은 5공세력·구야권·현 무소속 등과의 연합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라는데 이들 갈래갈래의 세력들과 언제 무슨 이념의 공감대를 형성했는가.
우리는 또 하나의 사당,또 하나의 지역당이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양김이 영·호남에 할거한다 하여 이른바 중부권을 아성화 해보자는 신당 발상이나 특정 중심인물의 지연·학연에 의한 친분관계의 결집으로 세를 만들자는 신당발상을 경계한다. 이·한씨 등이 반김과 새 정치를 외치면서도 실은 지역주의,친분주의로 세확보에만 관심을 둔다면 양김 극복은 커녕 자신들의 「소김화」만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특히 유의할 일은 기존정당과는 다른 도덕성의 확립이란 문제다. 양김 공격만으론 새정치도,개혁도 어렵다. 세와 돈과 인기를 추구하되 여기에는 일정한 도덕과 원칙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당운영과 구체적 정치행태에서 가시화 돼야 한다. 신당움직임이 어떤길을 걷는지 우리는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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