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집권세력 권력다툼/그루지야 사태 왜 일어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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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쫓겨난 전대통령 반정부투쟁 총지휘/동서 지역대립까지 맞물려 내전상태
부총리·내무장관 등 고위관료 피랍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내전소용돌이에 휘말린 그루지야사태는 신·구집권세력의 권력투쟁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구집권세력의 핵심인 즈비아트 감사후르디아 전대통령은 그루지야자유원탁회의를 이끌었던 독립지상주의자로 독립과 동시에 실시된 구소련내 최초의 대통령직접선거에서 87%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공산당 앞잡이라는 등의 낙인을 찍어 철저히 탄압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8월에는 온건론을 펴는 텐기스 시구아총리·게오르기 호슈타리아외무장관 등 자유원탁회의를 함께 주도했던 옛 동지들마저도 독립수호에 저해가 된다는 이유로 해임,그루지야지도부는 친감사후르디아파와 반감사후르디아파로 양분돼 사실상 내전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 자신의 강력한 방패막이였던 텐기스 키토바니 국가수비대사령관(현국방장관) 마저 지난해 9월 등을 돌림으로써 고립무원에 빠져 감사후르디아 전대통령은 4개월여동안 반대파의 공세에 시달리다 올해 1월 국외탈출로 집권 8개월을 마감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내 체첸공화국에 머무르면서 반정부투쟁을 배후 지휘하고 있다.
텐기스 시구아 전총리를 비롯한 신집권세력은 이후 2개월동안 주그디디·아브하지아자치공화국 등 서부농업지역에 잔존하는 감사후르디아 지지세력에 대한 대규모 소탕작전을 전개했으나 그 과정에서 과잉작전을 일삼아 오히려 동서지역 대립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지도부는 결국 지난 3월 그루지야출신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구소련외무장관을 임시정부인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추대하고 친감사후르디아파와 평화협상제시 등 화해제스처를 보여왔다.
그러나 친감사후르디아파는 셰바르드나제의장이 지난 85년 구소련 외무장관으로 발탁되기 이전까지 그루지야의 공안검사·내무장관·공산당 제1서기 등을 거치면서 독재를 휘두른 장본인이라며 협상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내전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피랍관리들도 셰바르드나제의장이 평화협상을 위해 파견한 정부대표단이다.
그루지야사태는 결국 신·구집권세력의 권력투쟁이 동서지역대립과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여서 조만간 특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최악의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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