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보험 타려고 스스로 발목 절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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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외국에 나가 스스로 발목을 자른 것으로 보이는 엽기적 사건이 발생해 금융감독 당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A씨는 현지에서 두 발목이 절단됐다고 신고했다. 그는 출국 직전 10여 개의 보험에 가입한 상황이었다.

A씨는 베트남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해 "열차에서 떨어진 뒤 열차 바퀴에 치여 두 발이 절단됐다"며 해당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가 받을 보험금은 모두 30여억원. 그는 베트남 경찰이 발행한 사고경위서와 현지 병원 입원서류를 증빙 자료로 제출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A씨가 사고 직전 한꺼번에 많은 보험에 가입했고 사고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생보 관계자는 "A씨처럼 열차에 치일 경우 보통 열차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며 "A씨의 사고 당시 정황에 대한 진술이 계속 번복되는 점에 미뤄 '해외 원정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보험사들의 조사 의뢰에 따라 서울 금천경찰서와 함께 베트남에 현장 조사단을 파견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베트남을 사전 답사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현지 조직이 개입된 범죄인지 조사 중"이라며 "현재 증빙 서류가 조작됐는지 살피고 있다"며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사고처리 입증 절차가 간단한 중국.동남아 지역이 보험사기의 과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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