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가시리>와 <진달래꽃> … 그리운 임에 대한 사랑 아름답게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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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진(경북 영천여중1)

 <가시리>와 <진달래꽃>은 모두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느낀 슬픔을 매우 잘 표현해 놓은 시이다. 두 시의 주제는 같지만 표현 방식에서 차이가 많다. 먼저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경우는 여성적인 간절한 어조와 함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아직 떠나지 않은 임이 떠날 때의 심정을 화자가 가정해보고 있다. (ㄱ)그러나 이별은 화자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화자는 임과의 아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시리>의 화자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겉으로 모두 드러내고 있다. (ㄴ)전통적인 어조가 묻어나며, 임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에 대한 여성의 호소를 표현했다. 또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나는’이라는 문장 하나로 주제를 함축적으로 제시했다. <가시리> 역시 해바라기같이 임을 지극히 사랑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반영하고는 있지만 이별을 사실로 수용하여 <진달래꽃>의 화자와 대조를 이룬다. 같은 주제를 가졌지만 <진달래꽃> 시적 화자는 언제까지나 아픔을 인내하겠다는 떠나가는 임에 대해 체념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고, <가시리>의 시적 화자는 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절망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 시가 이별을 통해 깊은 사랑을 더 잘 나타냈는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시 모두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임에 대한 사랑을 그린 아름답고 좋은 시다.

총평·첨삭

이번 논제는 이별의 서러움을 통해 사랑을 노래한 <가시리>와 <진달래꽃>을 비교해 감상하도록 했다. 논제에서 제시한 ‘문맥의 의미’, ‘시적 표현’과 같은 단서들을 토대로 두 시의 차이점까지 언급했다면 충실하고 성공적인 비평이 되겠다. 학생들이 선생님이나 참고서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시를 감상하고 분석하는 데 힘겨워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시는 표현 방식이 일상적인 진술과는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두 작품에서 화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을 깊이 사랑합니다’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만약) 당신이 떠난다면’ 을 이야기한다. 또 임이 떠나는 마당에 ‘설온 님 보내옵나니’ 혹은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속 시원히 다 말해 주지도 않는다.

이효정(금호중 3)과 유화진(영천여중 1) 두 학생 모두 시를 차분하게 잘 읽어냈다. 이효정은 장르와 어조를 언급하며 두 작품을 분석적으로 잘 비교했는데 글의 구성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서론 문단을 생략했고 본론의 내용에 비해 결론이 빈약해 글의 힘이 약해졌다. 글을 쓰기 전에 개요 짜기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유화진은 표현이 능숙하지는 않지만 1학년인 데 비해 작품의 의미를 잘 찾아냈고 글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어 썼기 때문에 선택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진달래꽃>에 대한 설명에서 (ㄱ)의 ‘유추’한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쓸 필요가 있다.
화자에게 이별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슬픔을 이길 만큼의 깊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고, 어쩌면 그 사랑의 힘으로 임을 영원히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역설로도 이해할 수 있다. 

문예원글로피아 오길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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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제시문 (가)와 (나)는 UCC의 개념과 이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 UCC는 사회 전반에 날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정황을 염두에 두고, 위의 두 글에 근거해 ‘UCC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가’라는 제목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라. (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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