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영지암 소엽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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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신라천년 고도 경주시내에서 불국사 입구를 거쳐 울산에 이르는 국도를 따라 달리노라면 연안마을이 다가선다. 이곳에서 남향인 오른쪽을 보면 독잠산이라 불리는 그리 높지않은 야산이 있다.
본래 월성군이던 것이 현재는 경주군이 된 외동읍 냉천1리 산동네사람들은 독잠산을 독재미산이나 도깨비산이라고도 부르며 여기에는 영지암이라는 작은 사찰이 있다.
영지암주지이신 법성스님의 거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풍경은 자못 한가롭고 넉넉해보인다. 가끔 선화로 달마도와 힘차게 뛰는 새우를 그리시는 스님은 차만드는 법도뿐만아니라 차를 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법당의 풍경소리와 대숲을 스켜가는 바람소리를 벗하여 마시는 스님이 내주시는 차맛은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영광 불갑사에 있는 수산노스님으로부터 차를 배위 지금은 다에관해 일가를 이루고 있는 법성스님은 작설차뿐만아니라 자생약초나 식물잎으로 차를 만들어 차벗들이나 불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그중 스님이 최초로 개발하신 차가 야생들깻잎을 법제한 소엽차다.
코피등 외국산차 대신 국산차를 애용하자는 말은 많으나 막상 개발은 부진한 실정에서 영지암의 차보급은 갈채를 보낼일이다.
음력7월보름인 백중이 지나면 생물들의 기운이 쇠하는 까닭에 기운이 왕성한 음력7월초순께 소업을 채취해 잎을 무채처럼 가늘게 썰어 서늘한 그늘에 말린 다음 무쇠솥에서 한번 덖어내어 만드는 소엽차는 남달리 향이 진하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킨다.
독잠산 뒤쪽으로는 왜국에 볼모로 잡혀있는 충신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된 박제상 부인의 전설로 유명한 치술령이 있고 영지암에서 멀지않은 곳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과 죽음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영지가 자리잡고 있다.
보문관광단지에서 자연경관을 벗하며 식사하거나 경주시내에 있는 생선구이 전문 「다매」(성건동소재·0561(43)2492)에서 인심좋은 주인과 담소를 나누며 경주 나들이의 기쁨을 배가할수 있다.<연호탁·관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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