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만들어 놓기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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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고 국가 기념일로 지정했지만, 주무 부처는 준비 기간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기념식도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보통 국가 기념일이 지정되면 주관 부처를 정해 기념식과 부대 행사를 한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지난 13년간 부부의 날 제정 운동을 해 온 '부부의 날 위원회(공동대표 강영을.권영상.하충식)'가 20~21일 전국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후원 기관으로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다.

오히려 국회가 나서 부부의 날 기념식을 했다. 국회에서는 이날 '부부의 날 위원회'와 국가 기념일 청원을 주도한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서는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16년간 위기의 부부들을 상담해 온 최귀석(54).임성옥(52)씨 부부와 가족 친화적 정책을 펴 온 신중대(60).김영희(52) 안양시장 부부가 '올해의 부부상'을 수상했다. 기념식에는 회원 400여 명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법령'에 '국가 기념일에는 기념식 등을 할 수 있다'로 돼 있지, 반드시 행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정의 달인 5월엔 행사가 많아 부부의 날 기념식을 별도로 할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의 날 위원회 측과도 올해는 법령만 발표하고 본격적인 행사는 내년부터 시행키로 협의했다"고 말했다.

부부의 날 위원회 권재도 사무총장은 "시간이 촉박했다고 하지만 간소한 기념식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문경란 기자

◆ 부부의 날=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담아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국가 기념일이다.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제정을 의결했으며, 2일 대통령령으로 공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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