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허점보완 서두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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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모 부실제지업체에서 기업을 공개한후 주가를 조작하여 엄청난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먼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것도 상장후 몇달도 안돼 부도가 발생한 것은 기업의 공개절차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고 봐야한다.
그 원인은 첫째, 증권당국과 감독기관의 태만, 기업공개를 주선한 증권회사의 방만등에 있다. 둘째, 지난 88∼89년 증시가 활황일 때 물량공급을 위하여 2백여개가 넘는 기업들을 무분별하게 공개하였고 이에 편승한 일부기업주는 공개전 물타기 증자를 하여 엄청난 자본이득을 취했다.
이 결과 이들 기업들은 부실화되고 최근 경기침체·인력난·수출부진등으로 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그 제지업체가 끼친 피해액만도 39억원이고 2만1천명의 소액주주들이 그피해액을 떠안았다. 그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증권감독원은 기업공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 공개전에 일정기간동안 장외시장에 등록시킨후 그기업이 건전하다고 여겨지면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볼수 있겠다. 그리고 정부도 증시정책을 일관성있게 지속적으로 이끌어나갔으면 한다. 증시가 활황이라 하여 대규모 물량을 공급하고 불황일 때는 기관투자수에 엄청난 물량을 떠넘겨서 주가가 계속 하락할땐 기관이 아무런 주가하락저지기능을 못하고 있는게 현 실정이다.
정부가 증시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증시여건 조성과 활성화에 노력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어 상장회사라면 안심하고 투자를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기보다는 꼭꼭 천천히 씹어 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다시는 그런 엉터리같은 회사가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권오실<서울성동구성수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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