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시 자치구 재산세 재분배' 어떻게 풀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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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DI국제정책대학원과 중앙일보가 18일 공동 주최한 월례 포럼에서는 ‘재산세 공동 과세’ 문제를 주제로 잡았다. 왼쪽부터 박성중 서초구청장,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박진 KDI 교수,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이노근 노원구청장. [사진=오종택 기자]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논란이 돼 왔던 '공동 재산세' 도입 문제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동 재산세의 골자는 현재 자치구가 징수하고 있는 재산세 중 50%를 서울시가 거둬 자치구에 배분하자는 것이다. 강남.북 자치구 간의 빈부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 취지다. 이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남.서초.송파.중구 등 4개 구는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공동 재산세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5월 월례포럼에서는 관련 국회의원들과 일선 구청장들이 해법 모색을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편집자

▶강남북 재정격차는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우 의원은 "지난해 강남구의 재산세 징수 규모가 2000억원인 데 비해 강북구와 금천구는 150억원에 불과했다"며 "이 같은 차이가 강남.북 간의 개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도 이에 가세했다. 그는 서울시 각 구의 재정 불균형이 심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단일 처방이 아닌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재산세에 대한 공동 과세는 물론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조정교부금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며 "특히 복지 수요가 점점 늘고 있지만 교부금 항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자치구 간 재정 자립도뿐 아니라 전체 예산 규모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의원은 강남구와 강북구 간의 재산세 세입 격차는 95년 9.5대 1에서 올해는 13.2대 1, 2015년에는 21.7대 1로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재정 격차가 복지와 행정의 질적 차이로 연결된다면 시민들 사이에 심리적인 괴리가 생겨 서울시의 장기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거세게 반발했다. 박 구청장은 우선 이 같은 지역 간 재정 자립도의 차이가 서울시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들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도시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단번에 성급하게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서울시가 재원이 부족한 자치구에 교부금을 주기 때문에 수요에 대한 재정 충족도가 결국 강북구와 금천구도 100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의 경우 서초구가 124, 강북구와 금천구도 각각 111과 112에 달한다는 것이다. 충족도가 198에 달하는 강남구를 제외하면 거의 엇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구청장은 "또 전체 재정 규모의 격차를 문제 삼는데 거주 주민 수를 감안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강남구의 주민은 55만 명으로 금천구(25만 명)의 2배를 웃돌며 예산 규모도 이에 비례하게 많다"고 말했다.

▶공동과세 50% 적절한가

김충환 의원은 서울시가 재산세 중 50%에 대해 과세권을 갖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 재산세 대상 중 사업용 부동산과 주거용의 비율이 52대 48 정도"라며 "이에 따라 거주민의 아파트 등 주택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공동 과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노근 구청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공동 과세 범위가 확대될수록 좋지만 강남 쪽의 정서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절반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중 구청장은 반대의견을 폈다. 그는 "50%를 공동 과세할 경우 각 자치구에 배분되는 재원 규모는 80억~9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는 전체 세입의 5% 정도에 불과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도가 실행될 경우 강남구를 제외한 서초.송파.종로.중구.영등포구 등도 비자립구로 전락하게 된다"며 "이는 지방자치제의 취지인 재정자립도를 높여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친다는 목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박 구청장은 이 방안은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도 급등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이기에 이에 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의원은 다른 의견을 냈다. 우 의원은 "재산세의 50%만 공동 과세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강남.북 간의 세입 규모는 더욱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라며 "최소 80% 이상을 공동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0%를 과세할 경우 현재 1800억원에 달하는 강남구와 강북구의 재산세 격차가 2017년에도 비슷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강남.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세입 차이가 크지 않은 주민세 등을 구 세금으로, 재산세는 시 세금으로 바꾸는 세목교환을 하는 것"이라며 "이후 시 세금으로 거둔 재원을 인구.면적에 비례해 자치구에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충환 의원은 "이 제도를 통해 15, 20배로 벌어질 강남.북 세입 규모가 4~5배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며 "이 정도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세권은 어디서 갖나

과세권을 서울시와 구청 중 누가 가져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당초 과세권은 자치구에 두고 징수한 재산세액 중 50%를 서울시에 납입하는 '재산세 50% 공동세안'이 거론됐으나 국회에선 과세권의 절반을 서울시가 갖는 '재산세 50% 공동 과세안'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노근 구청장은 "재산세 과세권 전체를 시에 넘기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하지만 50% 정도라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충환 의원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한 것이기에 현재로선 이에 따르겠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제의 정신에 따라 과세권은 자치구가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권을 서울시가 가질 경우 자치구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반면 우원식 의원은 "과세권의 100%를 서울시에 준다고 해도 공정한 기준에 의해 재원이 적절히 배분된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성중 구청장은 "자치단체의 경우 재정자립 여부에 따라 행정을 펼치는 데 큰 차이가 있다"며 "재정자립이 되지 않으면 중장기 계획을 짤 수 없으며 결국 서울시의 눈치를 보는 처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럴 경우 모범적인 자치행정을 펼쳐왔던 기초단체들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익재 기자<ijchoi@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강북 희생 없이 강남 발전 없었다"
찬반 의견 팽팽히 맞서

포럼의 주제인 재산세 공동 과세 외에도 서울 강남의 발전 배경이 도마에 올랐다.

현 강남이 강북의 희생으로 탄생했다는 주장과 강남의 자체 역량으로 일궈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특히 이 논쟁에선 우원식 의원과 박성중 구청장이 격론을 벌였다.

우원식 의원은 강북의 희생 없이는 현재의 강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할 때 임시조치법을 통해 감세 등 각종 혜택을 줬다"며 "또 강북에서 거둔 세금으로 강남 지역의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명문 고교들을 강남으로 옮겨 8학군이 생겼고, 상업지역을 대폭 늘린 것도 강남이 번성하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즉시 반격했다. 박 구청장은 "개발 당시 비용은 강북의 세금을 통해 조달한 것이 아니라 개발 이익에서 충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영동 토지구획정리사업 특별회계'라는 개발계획을 소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도로.학교.공원 등 사회간접시설의 모든 개발 비용은 정부나 서울시의 지원 없이 토지 감보(減步)에 의한 특별회계 예산에서 조달됐다. 토지를 공출(供出)받아 개발 비용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강남.북의 격차가 있다고 해도 서울의 모든 자치구가 동일한 예산으로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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